[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위안화가 2015년 이후 가장 급격한 속도로 하락하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은 그때만큼 심하지 않다. 시장의 이러한 침착한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2015년 당시 중국 정부가 도입한 자본통제 조치들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진단했다.
2015~2016년과 달리 위안이 올해 6월 중순 이후 미달러 대비 3.6% 급락한 데 따른 자본유출은 토종 투자자들이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6월 중순 이후 외국 펀드들이 후강퉁으로부터 40억위안(약 6억1000만달러, 6731억원)을 빼갔다. 이전 2주 간 추세에서 급격히 반전된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기업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무역거래 인보이스를 공식 조사하는가 하면 특정 해외 거래에 대한 세부적인 해명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수년 전 마련한 방침들을 엄격히 이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15~2016년 위안화 폭락 당시 중국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르고 위기를 넘겼다.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에서 1조달러를 헐어냈고 환율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중순 이후 다시금 위안화 추락 공포가 가시화됐는데도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에는 손을 대지 않고 “위안화 환율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구두개입을 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에 따른 위안화 현물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아시아 통화 및 금리전략 헤드인 아다쉬 신하는 “중국 당국은 위안화 하락이 증시 폭락과 자본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자본 대이동이 일어나는 신호가 보이지 않지만, 또다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하는 자신의 팀이 이번 주 위안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중국 경상수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BAML은 올해 연말 달러당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6.8위안에서 6.95위안으로 조정했다.(위안화 가치 하락) 3일 달러당 위안 환율의 주요 심리적 지지선인 6.7위안이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뚫렸다.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무역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위안화의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강화되지만 자본유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이러한 소문을 일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블룸버그TV에 “중국은 무역전쟁의 무기로 위안화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15~2016년에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구두개입만으로는 부족했다. 심지어는 2016년 2월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방식으로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미공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돼 이번에는 G20의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
모간스캔리는 “중국 정부의 더욱 강화된 자본통제 덕분에 2015~2016년과 같은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 정부의 조치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 또한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해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방식에 도입한 '역주기 조정 요소‘ 대신 시장이 주도하는 환율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리프 탄 MUFG은행 글로벌마켓리서치 헤드는 “이강 인민은행 총재가 위안화 변동 환율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은 인민은행 내에서 개혁론자들이 반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환보유고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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