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과 중앙은행 긴축이 변수..강달러와 리스크-오프가 트렌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른바 유포리아를 기대하고 2018년을 맞았던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초와 정면으로 상반되는 전략으로 하반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안정적인 자산 가격 상승에 쏠쏠한 수익률을 비교적 수월하게 올릴 것이라는 기대는 미국을 필두로 한 무역 마찰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에 무너져 내린 상황.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투자자들은 무역을 중심으로 한 정책 리스크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하반기 자산시장 향방의 주요 변수로 판단한 한편 강달러와 ‘리스크-오프’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2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이는 20주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특히 신흥국 주식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주요 자산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최근 중국 상하이증시가 1월 고점 대비 베어마켓에 진입한 가운데 신흥국 주식시장은 배당 수익률을 감안할 때 6.8%의 손실을 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아메리카에 따르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고조된 가운데 글로벌 주식과 통화 관련 헤지 비용이 3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상황은 하반기에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무역 마찰에 따른 실물경기 하강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 속에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 한층 더 부각되는 한편 경기민감 섹터에 몰려들었던 시중 자금이 방어주와 안전 자산으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런던 소재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애시 투자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하반기 자산시장의 열쇠는 달러화”라며 “2분기 달러화 상승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고, 하반기에도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관련 자산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옵션 트레이더들은 달러화 상승에 적극 베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동반 상승과 약달러, 저금리 등 자산시장에 훈풍을 일으켰던 버팀목이 무너지는 만큼 기존의 투자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이른바 경기민감 섹터에서 발을 빼고 있다. 말 그대로 경기사이클에 민감한 은행주와 IT, 신흥국 자산 그리고 유럽 주식이 여기에 포함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증시 전반의 상승에 베팅한 뒤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상황도 종료를 맞았다고 월가는 강조하고 있다.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달러화 및 달러 자산, 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식을 적극 매입하는 움직임이다.
블랙록의 리처드 터닐최고투자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포트폴리오의 저항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관건”이라며 투자등급 채권과 재무건전성 및 이익 성장이 강한 미국 주식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상승 영역이 크게 좁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이끌었던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조정 가능성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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