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국채 매도 추천 철회하기로
월가 트레이더 및 주요국 운용사들 국채 매입 열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을 축으로 한 주요국의 무역 마찰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에 뭉칫돈이 밀려드는 가운데 골드만 삭스가 국채시장의 하락 베팅을 철회했다.
연초 투자자들에게 내놓은 올해 대표적인 투자 전략에서 발을 뺀 셈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국채 수익률의 상승 여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판단이다.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뿐만 아니라 국채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겨냥, 숏 포지션을 쌓아 올렸던 월가의 트레이더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청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현지시각)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국채 매도 전략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관세 전면전에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확산,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이 동반 하락한 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 11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2.36% 선에서 거래됐을 때 적극적인 매도 전략을 권고했다.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올 들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한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3.12%까지 치솟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골드만 삭스는 연말 10년물 수익률의 전망치를 3.25%로 제시했고, 일부 투자은행(IB)은 4%를 점치기도 했다.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뚜렷한 반전을 이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크게 고조된 사이 멕시코와 캐나다, EU, 터키, 인도에 이르기까지 주요국들이 일제히 보복 관세를 시행하고 나서자 투자 심리가 급랭,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밀려들었고 10년물 수익률은 2.8% 선으로 주저앉았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인 국채 수익률 상승 전망에 변함이 없지만 단기적인 향방이 불투명해졌다”며 “주요국들 사이에 무역 마찰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 주 사이 투자자들의 국채 ‘솟’ 포지션이 6%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IB 업계에 안전자산인 국채 매입을 권고하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호주 최대 자산운용사인 QIC가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앞서 국채를 선제적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올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경기가 둔화될 경우 통화완화 정책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여력을 갖춘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국채의 상대적인 강세가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아이셰어 미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균 거래량이 10배 급증한 한편 뭉칫돈이 유입,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를 반영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