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방어 논리 무색, 재판부 유성산업 실체 의심 가중
[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말 실수했다”
‘4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변호인단의 논리를 뒤집고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재판부의 의심을 가중 시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의 심리로 26일 열린 이 회장의 13차 공판에서다.
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 부인 나길순씨의 명의로 지난 2010년부터 3년여간 운영된 유성기업이 이 회장의 횡령 혐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정황 근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부영그룹의 계열사인 동광주택, 남광토건이 맡아온 가설재 소유·보수·관리업무 등이 계열사로 등록되지 않은 유성산업에게 몰아 발생한 소득을 이 회장의 150억원대 증여세 납부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횡령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부영주택 안에 하나의 사업부서가 일시적으로 돈을 빼돌리기 위해 ‘유성산업’이라는 모자를쓰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라며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고 말했다.
이에 발언권을 얻은 이 회장은 “유성산업의 출발에서 현재 입장까지 몇 가지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가설재 관리가 이상이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출발했다. ‘우리가 직접 (건자재) 관리해보면 어떻겠냐’는 목표로 유성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며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 자재는 우리 것(부영주택)이기 때문에 (유성산업) 보수만 맡길 뿐 소유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며 “보수하는 행위는 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 전에 가설재는 회사 것이고, 보수하는 역할은 유성에서 맡았냐”고 묻자, 이 회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가설재를 부영주택 소유 전제로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변호인단의 주장과 상반된다.
변호인단은 유성산업이 부영주택으로부터 자금을 빌렸을 수 있지만, 가설재는 자체 구입해 부영주택 등 계열사에 대여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유성산업이 비자금 조성 목적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존재가 실체했다는 논리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말 실수했다”며 뒤이어 “소유권은 유성에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자백하는 것 아닌가. 흐름에 맞게 정리된 형태로 변호인 도와서 이야기하라. 그만하라”고 발언을 끊었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회장을 4300억원 상당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회장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2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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