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 '평양선언' 기초에 북한과 대화 나서
경제지원 앞세워 핵·미사일·납치 해결하겠다는 노림수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북한의 핵과 미사일, 납치문제가 해결되면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와 경제협력에 나설 용의가 있다"
북일 평양선언(2002)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대 무기가 되고 있다고 15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평양선언은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것으로, 북한에 거액의 경제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관방부장관으로 회담에 동석했던 아베 총리는 평양선언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총리(좌측 가운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우측 가운데)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70~80년대 걸쳐 북한 특수 기관에는 영웅주의, 망동주의가 있었고 이는 대립에서 빚어진 결과였다. 유감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사과하고 싶다. 두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항의를 받고,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평양선언엔 '납치'나 '사죄'라는 단어가 명기되는 대신,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현안문제"라는 표현만 담겼다. 이 외에도 국교정상화를 최우선한다는 내용에 "과거의 청산"을 명기하거나, 선언문의 4분의 1 이상이 국교정상화 후 일본이 할 경제협력이라는 점이 비판을 불러왔다.
납치문제담당상·내각 관방참여 등으로 납치문제에 관여했던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참의원 의원은 "평양선언은 피해자 구출은 커녕 납치를 인정·사죄하면 이전의 납치문제는 불문하겠다는 내용"이라며 "납치문제를 수습해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당시 평양선언 비밀협의를 했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당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북한 측에서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 등 납치피해자 8명이 "사망했다"고 전한 것을 선언 서명 직전까지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아베 총리도 이런 이유로 이전부터 평양선언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납치문제에 대해 다나카 국장과 갈등관계라는 점도 이야기거리가 됐었다.
신문은 "현재는 과거와 달리 상황이 바뀌었다"며 "미일 정부의 '최대한의 압력' 작전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 측은 체제보장과 바꿔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비핵화를 통한 보상을 얻으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피폐한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평양선언으로 다액의 경제지원을 말한 일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일본에 총액 1조(약 9조9000억원)~2조엔(약 19조8000억원) 선의 경제지원을 바란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국교정상화했을 당시의 경제지원을 참고해 추산한 수치다.
이에 아베 총리는 경제지원을 약속한 '평양선언'을 이용해 핵·미사일문제와 함께 납치문제에서도 전면적인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은 "납치문제를 무시했다고 비판받던 문서가 납치해결의 도구로 쓰이는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