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정부가 경제 협력을 교섭 카드로 북한과의 협의를 본격 모색하고 있다. 대북 지원은 3단계로 준비하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핵사찰 비용 부담을 시작으로 인도 분야 지원, 경제 협력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IAEA가 북한에 대한 검증 활동을 재개하면 초기 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이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부담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으며, 비핵화를 검증하는 IAEA의 사찰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7년 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 때에도 일본 정부는 5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억6000만원)를 지원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좌)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2단계는 쌀과 의약품 제공 등 인도적 지원이다. 일본은 2014년 북한이 납치피해자의 안부 재조사를 약속했던 스톡홀름 합의에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인도 지원을 실시할 것을 검토한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북한이 2016년 일방적으로 조사 중단을 밝히면서 이행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여전히 납치피해자의 생존 확인과 본국 송환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인도 지원의 전제로 삼고 있다. 대화 자세로 돌아선 북한에 인도 지원 카드를 내세워 납치 문제 진전을 압박할 방침이다. 스가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계속해서 북한에 스톡홀름 합의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3단계는 인프라 정비 등 경제 협력이다. 단, 경제 협력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2002년 북일평양선언의 이행 여부가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은 당시 평양선언에서 국교정상화 후 무상 자금협력과 국제협력은행을 통한 융자 등을 실시한다고 명기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일본은 한국에 5억달러의 경제 협력을 실시했다. 한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물가 변동 등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 협력은 10조원 규모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공동성명에는 CVID와 미사일 폐기 등의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납치·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없이 국교정상화는 없다라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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