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영속적 평화와 비핵화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대부분의 서방 외신은 헤드라인을 ‘역사적 만남이지만 공허한 약속’으로 내세우고 역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평가로 풀이된다.
미국 CNN은 “역사적인 정상회담, 따뜻한 말로 분위기 고조됐으나 비핵화에 대해서는 공허한 약속만 남았다”라는 헤드라인을 내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큰 승리를 거뒀다는 신호를 보내며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신뢰를 표했지만,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또한 핵 폐기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합의문에 양 정상 간 후속 회담과 양국 간 새로운 관계를 약속했지만, 외교 관계가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카펠라 호텔에서 펼쳐진 감동적인 장면들 밑에는 여전히 양측이 중요 이슈와 비핵화 계획에 대해 충돌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이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테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도 미해결 문제로 남았다고 WP는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합의문을 지닌 채 밖으로 나와 다시 악수하고 있다. 2018.06.12 [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한다”라는 헤드라인 하에서 역시 세부내용 부족을 꼬집었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진행된 실무회담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해 양 정상이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협상을 앞두고 공통점을 많이 공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전례 없는 각본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양 정상이 전임자들은 이뤄내지 못한 협상을 타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양측이 험악한 언사를 주고받던 수개월 전에 비하면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된 데에도 큰 의미를 뒀다.
NYT는 북미회담 관계자를 인용, 미국측 실무자들이 북한측과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주요 이유가 백악관이 강경 전략을 뒷받침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핵화 약속 부족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내세워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을 뒷받침할 구체적 내용이 부족했다며 대부분 관계 개선만을 약속한 4.27 판문점 선언문과 별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문이 70년 간 이어온 북미 간 적대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측이 비핵화에 대해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아시아 연구 센터 정책 애널리스트인 올리비아 에노스는 NYT에 “합의문이 턱없이 공허하다”며 이는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결과라고 맹비난했다.
그 역시 “이번 합의문은 판문점 선언문과 별다를 바 없이 그저 기분만 좋게 만드는 내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외교적 과정이 계속될 수 있다는 데 중점을 뒀다.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으로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의 운영을 맡고 있는 조엘 위트 스팀슨 센터 수석연구원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향후 유용한 단계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문에 내용이 없었던 만큼 북미 양측이 발빠르게 움직여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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