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안 이해하지만 무거워, 내놓을 건 내놓자”, 대화·타협 강조
“상용차는 경기 영향 받아” 전주공장과 광주형 일자리 참여 분리
“2시간 정치파업 회사 손실, 노사간 교섭에만 집중", 외풍 차단 노력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사장이 노사 임금단체교섭에 데뷔했다. 외견상 유연하면서도 원칙론을 고수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타협을 내세우지만, 최저임금산입 범위 확대 요구와 광주공장 투자 반발 등에는 선을 그었다. 매년 파업이 반복되는 현대차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가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현대차] |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하언태 부사장은 지난 5월초 시작한 2018임금단체협상에서 노사의 흔한 기싸움을 피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3차 교섭에서 노조가 “조합의 18년 단체교섭 요구안에 사측이 경영환경 악화를 핑계로 양보교섭, 요구안 폄하를 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하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하 대표는 “노조의 요구안이 무겁기는 하지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실무를 진행하면 사안에 대해 다뤄보자. 정리할 건 정리하고 내놓을 건 내놓자”며 교섭 방향은 제시했다.
교섭 초반 부드러운 태도와 달리 현대차 노조가 경영권에 간섭할 때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5일 6차 교섭에서 노조는 전주공장을 나두고 광주광역시가 추진중인 자동차공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물량이 없어 고통 받는 전주공장 현실에도 광주형 일자리에 사측이 왜 참여하는 지 이해 못한다”면서 “전략차종을 전주공장에 유치해야 한다”고 따졌다.
하 부사장은 “상용차(트럭+버스)는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면서 전주공장과 광주시 공장 투자와는 별개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전주공장 현실이 어려워 노사가 손을 잡고 기회가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포터, 엑시언트 등 트럭과 에어로시티 등 버스 등을 만드는 상용차 전문공장이다.
또한 하 부사장은 노사교섭을 흔드는 외풍은 차단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민주노총의 지시로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하 대표는 “정치파업으로 국내공장이 2시간 멈췄고 수많은 손실이 발생했다. 교섭상황에 노사간 교섭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하 부사장의 이번 단체교섭에서 보이는 면모는 향후 현대차 노사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지난 1월말 울산공장 부공장장에서 울산공장장(부사장)으로 승진, 올해부터 사측 대표로 나섰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노사 교섭은 윤갑한 전 사장이 주도했다. 당시에는 교섭 초반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교섭이 진전되기도 전부터 노조는 ‘파업’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반면 하 부사장의 노사교섭 초반은 비교적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생산기획지원실장, 생산운영실장,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등을 맡은 생산 전문가다. 하 부사장은 2017년 9월부터 울산공장 부공장장을 맡아 윤갑한 전 현대차 울산공장장 사장을 보조하며 노무 실무를 익혔지만, 그 기간이 반년 정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은 노사 모두 9, 8월에 타결해 작년처럼 해를 넘기는 파행은 피하고 싶어한다”면서도 “노조가 2, 3차 협력업체 임금협상과 주야간 8시간 근무제 등 현안이 많아 하언태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몇 년간 현대차 노사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