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 칼럼
"국제 제재 제거하고 돈 벌기 위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일(12일) 싱가포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가 다름 아닌 '북한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ke North Korea great again)' 위해서란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서 북한, 한국, 일본 보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현지 취재 중인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탈북자 김일국 씨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북한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제거하고 돈을 벌어 위대한 나라로 거듭나길 원한다"란 해석을 내놨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앉은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1년. 파이필드는 김정은이 잔인한 억압과 영양실조, 호전(戰)적인 선전을 선호하는 독재 체재를 이때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았다며 당시 27세였던 걸로 알려진 김정은은 지도자의 자격을 딱히 갖추지 못했으며 할아버지 김일성 때부터 내려온 세습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은 북한의 지도자로써 입지를 당당히 굳힐 거란 평가다. 미국 대통령과 이례적인 회담은 김정은을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못한 일을 행한 자랑스러운 지도자로 변모될 거라는 전망이다.
파이필드는 김정은이 이번 회담 이후로 2013년 발표했던 핵무기 프로그램과 경제발전 둘 다 추진하는 이른 바 "양길(dual-track)"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군력 먼저"를 주장해왔던 김정일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북한의 군사적 타격을 입증하기 위해 그는 우선 핵 개발에 집중했고 장거리 미사일과 수소 폭탄 등에 풍족치 않은 자원을 쏟아 부었다. 1년 간의 여러 실험 끝에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무기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고 발표한 건 경제를 회복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였고 이후 현재 진행형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폭군' '독재자'란 타이틀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과 같은 핵무기로 무장한 책임있는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이필드에 따르면 그의 목표는 국제 제재 제거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두 가지다. 현재 북한의 무역 90%는 중국으로 수출되거나 중국을 거쳐야 한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이는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김정은은 2012년 사람들에 다시는 배고프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는 성공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북한 기정동 마을 주민들이 논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내 영양 결핍 인구는 40%로 그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정은이 국민을 굶기지 않겠다고 약속한 건 결국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있어서는 정권 유지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게 파이필드의 주장이다. 그는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때와 마찬가지로 집무실에서 자연사로 죽길 원할 거"라는 다소 노골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평양에 있는 김일성대에서 러시아 역사학을 공부했던 안드레이 란코프는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북한 정권을 잡았을 때는 53세였고 20년 좀 넘게 집권했다며 이에 반해 20대 때 권력을 손에 쥔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십년간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때처럼 "아무것도 안할 순 없을 거"라며 "그 이유로 경제 개발을 통해 사람들의 배를 채우고, 동시에 가슴에는 공포심으로 채우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고층 아파트와 놀이 공원, 초밥 집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개발 시범 사업을 통해 북한이 현대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권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국식 혹은 베트남식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란코프는 말한다. 대신에 김 위원장은 "열린 마음으로 개혁"을 추진할 거라며 "그는 사람들이 그에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북한 사람들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75세에 자연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 나이라면 이러한 위험성은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