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사법부 수장 긴급 기자회견 “재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적 없다"
지난 25일 사법부 권력남용 의혹 관련 조사단 발표 이후 국민 신뢰 추락
대법원 점거 시위, 취임 1년도 안된 사법부 수장의 두차례 대국민 담화 등
[서울=뉴스핌] 이정용 김기락 기자 = 사법부 권력남용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마지막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밑바닥까지 추락된 '악몽' 같은 한주를 보내고 있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유례없는 전임 사법부 수장의 긴급 기자회견과 재판거래 피해 당사자들의 대법원 점거 시위,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사법부 수장의 두차례 대국민 담화 등 '사상 초유의 사건'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원장은 1일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의 숙원사업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재판거래' 시도 등 의혹과 관련해 "상고법원 도입 문제와 관련해 특정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대법원 재직기관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의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 결단코 없다"며 "하물며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수사와 대법원의 형사조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때가서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이 수사하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태의 정점에 서있는 양 전 원장의 입장표명은 지난 25일 사법부 권력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3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조사단은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고법원 설치에 비판적인 판사를 감시하고 청와대와 특정 재판을 놓고 거래를 시도한 정황 문건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양 전 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모순된 결과를 냈다.
조사단의 이 같은 결과는 '셀프 면죄부'라는 법원 안팎의 비판 여론을 초래했다.
재판거래의 피해 당사자인 KTX 해고 승무원들이 지난달 29일 "'KTX 재판' 흥정을 해명하라"며 대법원 청사에 진입해 기습시위를 벌였다. 대법정 내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다음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양 전 원장과 관련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원노동자 3405명이 강제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사법부 수장이 법원 내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 역시 헌정 사상 최초로 기록될 전망이다.
뒤이어 전국공무원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동계에서도 양 전 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검찰에 접수된 양 전 원장의 고발 건수는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참혹한 조사 결과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취임 1년도 채 안된 김 원장은 지난 1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2차 조사결과 발표 이후 넉달만에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 원장은 지난해 9월 제16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사법부 수장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역대 5번째다.
특히, 김 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1일 입장 표명 직후, 전국 법관에게 전자 우편을 발송하며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자 우편에서 “오늘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법관으로서의 자존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수치심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의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악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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