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부인 vs. 김명수, 형사 조치 언급
고발·검찰 조사 등에 대비한 사전 대응 목적 포석
[서울=뉴스핌] 김기락 이정용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대상으로 한 무더기 고발 조치로 이어지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이 1일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사과에서 관련자에 대한 형사 조치를 언급한 만큼, 사전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에 재직하면서 대법원과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방향을 왜곡하고 이를 거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독립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40년을 살아왔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법관들에게 심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하는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책에 반대한 사람 혹은 일반적인 재판에서 특정 성향을 나타낸 사람이라고 해서 법관에게 편향된 대우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직시 있던 일 때문에 불행한 사태에 빠지고 법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지적된 데 대해 사법행정의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형사상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이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 등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단체도 고발 방침을 세우는 등 고발 규모가 10건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전일 “지난주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행정권 남용이 자행된 시기에 법원에 몸 담은 한 명의 법관으로서 참회하고, 사법부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의혹을 대신 사과했다.
이어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며 사법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과 김 대법원장의 진실게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직후, 전국 법관에게 전자 우편을 발송하며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자 우편에서 “오늘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법관으로서의 자존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수치심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의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법원의 판사회의와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하여 지혜와 의지를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당부했다.
전국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조사 결과 검토 뒤, 판사들의 기류에 따라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추가 조사 및 형사상 조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3차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재판에 청와대와 교감을 이어온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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