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자리 예산 19조원…역대 최대
1분기까지 3.8조 풀었지만 고용 지표 악화
지난해 11조 일자리 추경 효과도 '글쎄'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예산이 집행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은 여전히 부진하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고용 지표는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일자리 예산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일자리 사업 예산 19조원(183개 사업)을 편성해서 조기 집행 중이다.
19조원 중 조기 집행 대상 사업비는 10조7000억원(152개 사업)이다. 10조7000억원 중 지난 1분기(1~3월)까지 3조8000억원 집행됐다. 예산 집행률은 35.8%다. 당초 계획(34.5%)보다 1.3%포인트 높다. 고용 악화를 우려한 정부가 계획보다 더 빨리 예산을 풀었다는 얘기다.
정부가 서둘러 푼 일자리 예산 대부분은 고용노동부 주요 사업에 투입됐다. 대상별 맞춤형 취업 지원(연간 5025억원)이나 실업자 능력 개발 지원(연간 676억원), 지역고용촉진지원(연간 1111억원) 등의 사업에 일자리 예산이 쓰였다. 아울러 창업 지원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일자리 사업에 예산이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점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 성과는 미흡하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규모는 10만명대에 머물렀다.
더욱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대를 웃돌고 있다. 지난 1월 8.7%를 기록했던 청년 실업률은 2월 9.8%, 3월 11.6%를 찍었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0.7%로 전월대비 소폭 떨어졌지만 일자리 예산이 조기 집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보다 여전히 높다.
또 전체 실업률도 연초 대비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 4월 전체 실업률은 4.1%. 지난 1월(3.7%)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적극적인 일자리 예산 집행이 고용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재부 또한 고용 부진을 우려한다. 기재부는 매달 내놓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 '어려운 고용 여건 지속'이나 '고용상황이 미흡' 등의 문구를 계속 적고 있다.
예산을 투입한 고용 위기 대응은 지난해에도 한계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약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정부는 11조원을 투입하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8만개 일자리는 공무원과 노인 등이다. 나머지 2만개는 창업 지원 등의 간접 효과로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
추경호 의원실(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추경 11조원은 직접 일자리 7만3000개 창출에 그쳤다. 이마저도 절반인 3만개가 노년층 단기 일자리였다. 이와 관련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자리 추경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달려 있다"며 "기업이 일자리 수요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