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Bayer AG)이 미국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반(反)독점 승인을 받아 몬산토(Monsanto Co.) 인수 합병에 있어 큰 문턱 하나를 넘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카르카스에 있는 바이엘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몬산토는 미국의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이며 바이엘은 이 회사를 660억달러에 인수 합병을 추진 중이다.
미 법무부(DOJ)는 성명을 통해 바이엘이 미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농기업부문을 90억달러에 매각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엘의 농업부문 자산은 독일의 종합 화학회사 바스프(BASF SE)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무부는 구조화된 합병이 소비자와 농민에게 피해를 줄 거라고 판단했다. 바이엘에 있어 몬산토 인수 합병은 생명 과학 분야와 더불어 농업 부문도 갖춘 회사로 성장하는 기업 혁신의 마지막 단계다. 거래가 성사되면 바이엘을 포함한 세 개의 글로벌 기업이 세계의 농업을 지배하게 되는데 농민들은 가격 인상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 불공정한 거래를 우려해왔다.
미 전국농민연대는 29일 DOJ가 식품과 농업 분야에서 합병을 "계속해서 자동적으로 인허하고 있다"며 "이는 농부들에 비용을 증가시키고 시장에서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회사 레버쿠젠의 성명에 따르면 바이엘은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관련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바스프를 바이엘의 자산 구매자로 승인하면서 바이엘은 내달 14일까지 몬산토 인수 합병이 성사될 거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반독점 규제처는 바이엘의 자산 매각이 없었다면 이번 합병으로 인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거라고 설명했다. 바이엘과 몬산토, 두 회사 모두 종자와 화학 제품을 농부들에게 판매하는데 둘의 조합은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혀 결국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할 거라는 해석이다.
또한, 바이엘의 종자 처리법을 몬산토 종자와 결합시키면 경쟁사의 종자 회사들이 종자 처리로 지불하는 비용만큼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OJ는 "바스프가 바이엘의 매각 자산과 기존의 농작물 보호 제품 포트폴리오를 결합하면 광범위한 제품이 바이엘의 입장이 되어 다른 통합 농업 기술 회사들의 효과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DOJ의 자산 매각을 전제로 한 반독점 승인에 회의적이다. 영국의 환경 보호 단체인 지구의 벗(FOE)은 합병이 농부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유독한 거대 합병"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FOE는 "DOJ의 약한 투자 요구 조건은 바이엘과 몬산토가 점점 더 많은 우리의 식량 체계를 통제하는 것을 막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합병은 가족 단위의 농부들의 협상 능력을 손상시키고, 농부들이 다양한 종자 품종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종자 가격 상승을 허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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