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내각 不신임시, 8월 이후에 총선"
"시장 요동…증시 올해 상승분 거의 반납"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일부 정치인 사이에서 '수도사', '투명인간'으로까지 불렸던 이탈리아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가 자국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로존에 회의적인 경제학자의 재정경제 장관 인준을 거부하면서 포퓰리스트 정당의 집권을 무산시켰다.
과도 내각 운영을 위해 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료를 임시 총리로 임명했지만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에서 신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서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타렐라 대통령은 카를로 코타렐리 전 IMF 집행 이사를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정부'를 주도할 임시 총리로 임명했다. 전날 반(反)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의 연정 구성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4일 총선 이후 약 11주간의 무정부 상태를 끝내기 위해 연정 구성에 합의했던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통령이 유로존에 회의적인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의 재정경제 장관 지명 제안을 거절하자 정부 구성을 중단키로 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유로에 대한 우리 입장의 불확실성이 이탈리아인과 해외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며 "유로존 회원국은 우리나라와 젊은 사람의 미래를 위한 기본적인 선택"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NYT는 유로에 대한 마타렐라 대통령의 충성심이 혼돈을 일으켰다고 평가했고 CNN은 한때 자신의 일을 '정치 심판'이라고 묘사했던 그가 레드카드를 휘둘렀다고 표현했다.
연정 구성을 위해 총리 후보를 천거, 정부 구성을 작업 중이던 오성운동과 동맹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총선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은 각각 33%와 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는 세금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고 범죄를 저지르며 부패 수사를 받는 사람은 장관이 될 수 있지만 유럽을 비판하는 사람은 경제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카를로 코타렐리 전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에게 테크노크라트 정부를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동맹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의 내각이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양당 대표는 '보이콧'을 선언했다. 동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손잡고 있는 보수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베를루스코니가 카타렐리에 투표한다면 동맹은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I 대변인은 어떠한 테크노크라트 정부에도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총리직을 수락한 코테렐리는 조기 총선까지 총리직을 맡으며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그는 "의회의 지지를 얻는다면 2019년 예산안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후 의회는 선거가 열리는 2019년 초 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의회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즉시 사임할 것"이라며 "8월 이후에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정부 주요 기능은 일상적인 업무 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포퓰리스트 정당의 집권을 막긴 했지만 차기 총선에서 포퓰리즘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마 루이스대학교의 로사마리아 비테티 공공정책 강사는 "마타렐라의 선택은 위험을 지연했지만 차기 선거에서는 더 강력한 포퓰리즘 정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정당들에 투표를 했는데, 왜 자신들의 정부를 가질 수 없는지 설명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 불확실성으로 이날 이탈리아 주식과 채권 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FTSE MIB지수는 은행주가 하락세를 주도한 가운데 2.1% 급락했다. 이에 따라 FTSE MIB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월간으로 약 8.5%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이탈리아 2년물 국채 금리는 0.981%로 50bp(1bp=0.01%포인트) 올라 유로존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2년 중반 이후 최대폭으로 뛰어올랐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