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회사 정관에 의한 특별상여금" 반박
李 “회사 문제 생기면 개인이 책임져야하나” 항변
재판부, “공탁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지적
[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4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검찰이 이남형 전 부영그룹 사장에 대한 120억원대 퇴직금 지급을 이 전 회장이 주도한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회사정관에 의한 특별상여금이라고 반박했고, 이 전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처음으로 "고의성이 없었다"며 해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0시 이 전 회장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처남인 이남형 전 사장에게 퇴직금 명목 등으로 200억원을 준 횡령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의 퇴직금 지급 기안으로 120억, 121억 등 4가지 안건을 당시 김승기 재무본부 사장이 확인했다"며 "이 전 회장이 1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는 포렌식을 통해 압수된 회사 내부 문건이다.
또 검찰은 부영그룹이 이 전 사장의 퇴직금 지급을 놓고 법적 문제를 우려해 자문한 의견서를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사장의 퇴직금 지급에 법률가와 회계사가 각각 '퇴직금 지급 배임에 따른 형사책임'과 '퇴직금 지급 발생사유 불명확' 등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의 퇴직금 산정에 근거인 근무기간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실제 근무한 기간은 3년 정도"라며 "부영에서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근무한 것을 산출해 120억원을 마련하고자 했다. 문건 자체 내용만 봐도 근무기간은 허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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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 02. 06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에 변호인단 측은 "이 전 사장에게 지급된 퇴직금 120억원은 정관을 토대로 회사에 기여한 공로에 따른 특별상여금 명목이었다"며 "문서 작성자와 보고일 등이 기재되지 않아 신빙성을 의심한다"고 반박했다.
또 "이남형 전 사장이 건설본부장으로 역임한 1998년부터 5년간 국내주택 실적 1위를 달성했다"며 "이 기간 매출액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영업이익과 매출도 증대된 분석에 따른 잉여금을 기반으로 특별상여금 지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회장에게도 정관에 따라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총 600억원을 지난 2006년부터 세차례 지급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회장과 달리 이 전 사장이 근무를 오래했음에도 특별상여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수십년 간의 공로를 왜 단기에 지급한 것인지, 회계처리가 이례적인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혁 부영그룹 전무는 "회사 정관에도 (특별상여금 지급) 규정이 있는데 해석을 실무진들이 퇴직금 지급으로 잘못 이해했다"며 "실무진들의 잘못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애석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재판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사장이 매제라서 처음부터 조건없이 입사해 회사에 오랜 공로가 있었다"며 "결과가 잘못되면 개인이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런 조건이면 입사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이 전 회장은 "고의성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겨 '네 책임'이라는 케이스"라며 "회계 규정이나 상법상에 대신 처리해 주는 규정을 우리 회사가 못찾은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4년 이 전 사장과 함께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선고받은 벌금 100억원과 세금 등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해 회사에 손실을 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재판에서 이 전 회장이 지난 25일 보석 신청을 한 것에 대해 “법인 계좌로 공탁을 했는데 재원 출처에 대해 관심이 간다”며 “이 사건의 검찰 주장에 따르면 개인이 부담할 몫을 회사가 했다는 것인데 공탁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0479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