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적자에 잉여금 바닥...2억달러 영구채 이자만 연 150억원
연 7.5% 고금리 발행으로 부실 심화...‘3년 시한부 생존’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24일 오후 4시5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KDB생명이 2억달러(한화 2100억원 가량)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성공했지만 오히려 부실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구채 발행 금리가 연 7.5%에 달해 한해 부담해야할 이자만 150억원이 넘는다. 반면 이익이나 잉여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사 사옥까지 팔아 잉여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약 3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4일 금융투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1월 대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3000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았다. 이어 이달에는 2억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해외에서 발행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구채 발행에 따른 이자(회계상 배당금)를 지급해야 한다. 이 금액이 연 150억원 이상이다.
문제는 KDB생명이 이를 지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결여되어 있어 흑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낮고, 지속된 적자로 잉여금도 바닥이다. 이에 보유하고 있던 사옥(서울 용산구 소재 KDB생명타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대출 이자를 갚는 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과거 판매한 상품이 발목을 잡고 있어 금리 상승에도 이차손이 좀처럼 줄지 않는데다 1분기 흑자 전환도 신규마케팅을 줄여 만들어 낸 악성이익에 불과하다”며 “우량채권 등 매각할 수 있는 것을 다 매각했고 마지막으로 살고 있던 집까지 처분하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2016년 102억원에 이어 지난해 767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 36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섰다.
KDB생명의 1분기 순이익 전환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신계약 규모가 반토막으로 급감한 덕이다. 지난해 신계약 규모는 552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줄었다. 보험 신계약이 감소하면 마케팅 비용(설계사 수당 등)이 줄어들지만 계속 들어오는 보험료는 큰 차이가 없어 이익이 발생한다. 이를 비차익(예정사업비 대비 실사업비)이라 한다.
여기에 KDB생명은 최근까지 확정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KDB산업은행 계열로 편입된 이후에도 업계 평균보다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내세운 저축성보험으로 매출을 늘렸다. 이런 매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재 연 1000억원 정도의 이차손(예정이율 대비 실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잉여금도 1분기 기준 36억원에 불과하다. 적자 기간이 길어 곳간을 축내며 생존했던 셈이다. 이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은 108%에 불과했다. 증자와 영구채를 발행해 RBC를 150%대까지 끌어올렸다. 사옥매각이 완료되면 400억원의 콜옵션프리미엄이 들어와 RBC는 190%대로 높아진다.
하지만 체질개선을 통한 RBC 상승이 아니기 때문에 3년 이후엔 영구채 발행으로 인한 배당금 지급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신규 영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한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즉 곳간도 비어 버틸 여력도 없다는 것.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010년 KDB생명의 지분가치는 6500억원에 달했지만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에는 1000억원 초반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졌다”며 “부실이 너무 심화되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질개선을 해도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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