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중국이 추진하는 신(新) 실크로드 경제구상권 ‘일대일로(一帯一路)’ 효과가 일본 주식시장에도 미치기 시작했다고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무역·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재 약 80개국에서 인프라 정비 등이 시작됐으며, 주식시장에서는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기업들의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에 따르면 일대일로에 관련한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7조4420억달러(약 8000조원)에 달한다. 중국이 기금 등을 사용해 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대량 융자나 채권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채권에 대한 투자나 일대일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일대일로에서 투자 이익을 얻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홍콩 등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이 발표된 직후부터 투자 테마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에서도 2017년 9월 일대일로에서 활약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크레인셰어즈·MSCI 일대일로 ETF’가 등장했다. 편입 종목은 싱가포르의 오버시차이니즈은행, 말레이시아의 사임다비, 폴란드의 KGHM폴스카, 태국의 PTT글로벌케미칼 등이다.
이러한 해외의 투자 열기에 비해 일본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일대일로 관련 투자에 냉담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직접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사업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기업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
이토추(伊藤忠)상사는 일본과 유럽을 연결하는 운송 서비스, 고마쓰(KOMATSU)는 건설기계 수요 확대, 일본통운은 일본 기업의 제품 운송 증가,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은 유압 기기 수요 증가,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은 프로젝트 파이낸스 융자 등에서 일대일로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최근 1년간 이토추상사의 주가 추이.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
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일본과 유럽을 연결하는 운송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전해진 이토추상사는 당일 주가가 4% 이상 상승했고, 고마쓰는 중국의 건설기계 시장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올해 11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대일로 관련 융자 수요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 등 일본의 메가뱅크의 경우 특히 해외에서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점유율이 높아 관련 융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구상이라는 정치적 측면이 강하고 프로젝트 채산성도 문제시되고 있지만, 노무라(野村)증권은 “미중 무역마찰에 의한 경제 악화를 일대일로로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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