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연기→南 맹비난→기자 명단 수령 거부, 수위 높여
조진구 "맥스선더 훈련, 북한이 내용도 몰라…미리 설득했어야"
전현준 "한국만 배제 가능성 ↑, 대남 압박용일 것"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한이 18일 비핵화의 상징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아 남북관계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이 만들고 초청했음에도 취재 기자들의 명단이 담긴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첫 행사다. 북한이 우리측 취재 기자단 명단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자체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사진=38 노스] |
그러나 이는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고위급회담 당일에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기자간담회를 문제삼으며 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일방통보한 것에 이은 것이어서 핵실험장 폐기 행사 자체의 무산보다는 한국의 배제에 무게가 더 실린다.
북한은 17일에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원색적으로 한국 당국을 비난하면서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문가 "핵실험장 폐기 연기보다 한국 배제일 가능성 ↑, 심사 뒤틀렸다"
전문가들도 비핵화의 첫걸음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연기보다는 한국 배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여기까지 와서 판을 틀면 안되니까 한국만 빼놓고 진행할 수도 있다"며 "북한이 한국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했는데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한이 한국만 배제하고 나머지 국제 기자단을 받아들인 다면 한국에 대한 심사가 뒤틀린 것인데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한미연합공중훈련 역시 당초 북한이 내용조차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한의 반응을 예상했다면 충분히 설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도 "핵실험장 폐기 연기일 수도 있지만, 한국을 배제하고 다른 국가들과 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북한이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건 결국은 대남압박용"이라고 해석했다.
전 원장은 "트럼프가 리비아식 방식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볼턴 보좌관 등이 꾸준히 리비아식 방법을 주장했다"며 "우리가 중재를 철저히 하라는 말이고, 대남압박을 통해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