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머리카락이 긴 10대로 기네스 기록에도 오른 일본의 한 고등학생이 단발을 결심했다. 머리카락을 의료용 가발 제작을 위해 기부하기 위해서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인공은 가고시마(鹿児島)현 이즈미(出水)시에 사는 고등학생 가와하라 게이토(川原華唯都)씨다. 지난 3월 4일 기네스 기록 인정을 받은 머리카락 길이는 155.5cm로, 이전의 기네스 기록보다 3.5cm 길었다.
현재 가고시마의 사립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가와하라씨는 평소에는 양갈래로 땋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한다. 덕분에 평소엔 머리카락 길이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3월 기네스 인정을 받으면서 TV 취재가 이어져 유명인사가 됐다.
이번달 5일 열린 지역 이벤트에선 기모노를 입은 모습과 함께 땋지 않은 머리카락 길이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머리카락으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가와하라 게이토 [사진=NNN방송 캡처] |
가와하라씨가 머리카락을 기르게 된 계기는 '흉터'다. 가와하라씨는 태어날 때 두피 피지샘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엔 상처를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했고, 한번도 가위로 머리를 잘라본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는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지면서 매일 머리손질하는 게 버거워졌지만 '어머니가 감겨주고, 아버지가 말려주는' 팀워크를 통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와하라씨의 가족은 "긴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시간은 현재 가족 간에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와하라씨는 중학생때는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며 긴 머리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 미유키씨는 "이제까지 길러온 게 아깝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와하라씨는 조만간 머리를 자를 생각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의 유명 모델 다레노가레 아케미(ダレノガレ明美)가 SNS에 쓴 머리카락 기부에 대한 글을 읽은 게 계기였다. 기념을 위해 도전한 기네스에서 기록 인정도 받으면서 머리를 가르기로 결심했다.
아버지 유이치씨는 딸의 결정을 지지했고, 어머니 역시 긴 머리카락이 아쉽지만 딸의 의견에 수긍했다.
의료용 가발은 병이나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제작하는 것으로, 보기에 자연스러운 인모(人毛)를 활용한다. 인모가 고가이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비영리법인(NPO) 등에서는 머리카락 기부를 받고 있다.
가와하라씨의 결의가 알려지면서 탤런트 다레노가레씨는 "기쁘다"며 "가와하라씨의 결단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SNS에 글을 남겼다.
가와하라씨는 머리를 자르는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제 머리카락으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밝은 기분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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