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도입 유예·유치원 영어 철회 등 '오락가락'
학생·학부모 "피곤하다"..文정부 교육 국정 지지도 "30%"
전문가 "정책 일관성 유지, 조급증 버리는 것이 과제"
[서울=뉴스핌] 박진범·황유미 기자 = “입시가 매년 달라 너무 피곤하다.”
2020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2학년 김모(18·서울 관악구)양은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현 정부 교육 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김양이 스트레스는 1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 현장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 철회하는 식의 혼선을 거듭한 탓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뉴스핌DB> |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학부모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했고, 유치원 영어 금지 정책도 발표했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되풀이했다.
그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7·서울 금천구)씨는 “수능이나 수시, 정시 정책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줘야하는데 우리 애 뿐 아니라 애들에게 너무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30·서울 종로구)씨도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 규칙이 정해져 있어야 따르기 용이하다”며 “오락가락 하지 않고 뭐든 좀 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생 이모(16·경기 평촌중)양은 “학원마다 자사고, 외고반이 있고 학교에도 외고 가려는 애들이 굉장히 많다”며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이번에 또 후기고 전형으로 바뀌고 하니까 학생들이 많이 걱정하고 주춤하고 그런 게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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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정책 vs 현장 요구 ‘엇박자’
이번 정부가 1년 동안 교육 개혁에 ‘오락가락’ 한 이유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논란을 빚었던 대입 정책과 관련해서는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학부모와 ‘수시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심의 개편안을 짠 교육부의 충돌이 큰 문제였다.
김양은 “생활기록부 시즌이면 학종을 잘 써달라고 하기 위해 교무실에 아이들이 미어터진다”면서 “애초에 학종 비율을 늘린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학종을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학종 컨설팅 학원까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도 컨설팅을 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주변에서는 다 학원을 다닌다. 대입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대학을 가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중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이태봉씨는 “정부의 수시 위주 정책은 학부모가 너무 피곤하다. 교과외에 미션이나 수행평가가 너무 많다”며 “내신에 같이 반영되니까 애들 시험 공부시키기도 벅찬데 시험기간이라도 겹치면 애들도 잠도 못자고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또 “수시로 이미 70% 이상을 선발하는 제도니까 재학생이나 재수생이나 30% 안에 들어가야 해서 힘들고, 학종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거 같다”며 수시 위주의 입시 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학종 축소’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10만명 넘는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현장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학들의 수시 확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에게 정시 모집 확대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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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분야 국정 지지도 30%...“교육 민낯 경험한 1년”
한국갤럽 5월 첫째 주 조사에 따르면 교육 분야 국정 운영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8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지난 1년간 정부의 교육 부문 행정을 “현실과 이상속에서 교육의 민낯을 경험한 1년이다”며 “혁신적 공약이 현실적 교육과 부딪치며 엄청난 파열음을 발생시켰다”고 진단했다.
김 대변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교육에 대한 결정 장애를 그대로 노출시킨 한 해였다”며 “정부의 잦은 교육정책 혼선, 갈등조정능력 부족, 리더십 부재가 국민들의 불신과 교육 부문 낮은 지지율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과제는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임기 내에 성과를 도출하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하는 것”이라며 “무리하기보다는 임기 내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미래교육기반을 구축하고, 무리한 공약을 실천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고 조언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