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전문가들, 언론 노출 즐기는 트럼프와 줄리아니 때문에 '노심초사'"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 노출을 지나치게 즐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단에 소속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 미 외교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CNN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치 리얼리티 TV쇼를 진행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특히 지난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 문제를 리얼리티 쇼의 예고편인 마냥 언급한 것을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까지 너무 일찍 김칫국을 들이키는 것일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로부터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없었다"며 "계속 주목하라!(Stay tuned!)"라는 트윗을 올렸다.
채널 고정이라고도 해석되는 ‘Stay tuned’라는 표현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발표가 임박했을 때 즐겨 사용했던 표현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억류자 석방에 대해 북한과 일종의 합의가 있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섣부른 발언 때문에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으며, 자칫하다가는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일담당관을 역임했던 민타로 오바는 북한 억류 미국인에 대한 논의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대중의 기대감을 조성하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며, 상대 국가에 딜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 잃을 것이 훨씬 많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에 소속된 뒤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 나서서 여러 논란을 키우고 있는 줄리아니 전 시장 역시 성급한 발언들로 우려를 사고 있다.
줄리아니는 지난 토요일 “세 명의 북한 억류 미국인이 수일 내로 석방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밝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공식 발표가 있기도 전에 줄리아니가 발언을 한 것이 너무 앞서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이런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인 석방에 관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수 개월의 논의 끝에 억류 미국인 석방이 임박했다는 한 소식통의 전언이 있긴 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내부에서는 관계자들이 억류 미국인들이 실제 노동 수용소에서 평양에 있는 호텔로 옮겨졌다는 보도를 여전히 확인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억류 미국인들의 가족들 역시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대북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전 에너지 장관도 “이런 협의 사항들은 조용히 언론 공개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나 줄리아니의) 발언이 너무 성급하긴 했으나 석방 자체가 물 건너 간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북한도 석방을 원하는데, 다만 석방 관련 메시지나 실행 계획을 직접 컨트롤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트럼프 주변인들이 억류자 석방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축배를 드는 것이 우려스럽다면서 “석방에 대한 이런 추측은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에 석방 관련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타로 오바는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좀 자제했으면 얻을 것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면서 “그랬다면 석방도 그가 만들어낸 승리로 공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