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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의 금일중국] 이러다 중국사업 다 망할라

기사입력 : 2018년05월04일 16:05

최종수정 : 2018년05월10일 14:16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 중국의 사드 제재가 시나브로 완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작년 11월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의 한국행 단체 유커(游客 여행객) 모집을 허용한데 이어 대상지역을 우한(武漢)지역으로 확대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명동에 다시 중국말이 들리기 시작하고, 지난달 롯데의 현지 점포 매각이 이뤄진 것도 모두 다 사드 보복이 풀리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작년 10월 한중 정상이 합의한 대로 정말 중국의 보복이 일단락되고 관계가 사드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조만간 우리기업의 중국 사업도 이전처럼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결론은 모두 아니다. 중국은 마치 시혜를 배풀 듯 몇몇 지역에 단체유커 모집을 허용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롯데 쇼핑과 롯데 백화점 이용은 배제시켰다. 전세기 운항, 쿠르즈 정박도 다 빠져있다.

롯데와 함께 사드 피해기업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의 중국경영도 상황이 안좋기는 매한가지다.  아니, 오히려 영업환경이 점점 더 악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경우 2016년 노트7 배터리 폭발사태로 휘청대는 상황에서 당시 사드제재로 KO펀치를 얻어맞는 격이 됐다. 한때 20%대였던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불운이 겹치면서 작년말 단번에 0.3%까지 미끄럼을 탔다. 삼성이 고전하는 틈에 샤오미는 세계 스마트폰시장 4위로 도약하며 시가 100조원 예상속에 홍콩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슈로 불거지진 않았지만 중국 현지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전에 세운 네트워크 통신장비 법인은 최근 경쟁력 고갈을 이유로 폐업신청을 내고 말았다. 삼성의 이 사업 실패가 정확히 사드때문이라고 콕 찝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사드이후 중국사회의 반한 정서가 중국 현지 우리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킨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싸잡아 사드로만 돌릴 수는 없다. 롯데는 사드이전 부터 중국 사업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중순 츄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기자 간담회에서 “롯데 등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의 모든 실패를 사드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정작 더 큰 원인은 한국기업의 자체 경쟁력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한때 중국 스마트폰시장 1위였던 삼성이 9위권까지 쳐진 것도 이유를 따지고 보면 노트7 배터리 폭발사고와 초기 대응 미숙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나면 당장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우리의 고질적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뒷걸음질만 치게 된다.  

중국인 단체 여행객 유커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한 중국 친구는 기자에게 “중국 유커들에게 한국 여행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한우고기외에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행의 재미란 먹고 놀고 쇼핑하고 하는 것인데 한국여행에는 이런 유인책이 약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중국 당국은 유커를 놓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풀 듯, 마치 조삼모사식으로 술수를 부리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목을 빼고 중국의 처분만 기다리는 꼴이다. 맥놓고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먼저 우리 여행상품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개선을 통해 전천후 경쟁력을 굳히는 일에 힘을 쏟아야한다.  

최근 폐업에 들어간 선전 삼성전자통신법인도 기술과 원가경쟁력에 치여 백기를 들게됐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는 4~5년간 네트워크 통신장비를 한대도 팔지 못한 채 오랫동안 한국 본사에 대한 납품으로 연명해왔다고 한다. 이러는 사이 중국기업 화웨이가 지난해 에릭슨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삼성은 현재 업계 5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한국 대기업중에는 이미 LG의 중국사업이 스마트폰은 물론 백색가전 까지 모두 로컬기업에 따라잡혀 설자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유통업체 롯데가 현지사업 철수를 진행중이고 세계적인 IT 기술기업 삼성의 중국경영에도 빨간 불이 깜박 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주권국 대한민국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마냥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드 풍파가 지나가면 모든 중국 비즈니스가 원상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다. 사드갈등이 해소된다고 중국시장에서 소멸된 경쟁력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일한 대응으로는 미래의 중국이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한국기업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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