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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샤갈 "전쟁과 피난의 참혹함 대신 평화를 그렸다"

기사입력 : 2018년04월27일 17:09

최종수정 : 2018년04월27일 17:20

러시아 혁명과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샤갈의 작품세계는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서 개막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하늘을 뒤덮은 전투기와 전쟁으로 무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도시를 가로지르는 위험천만한 상황 등 전쟁이 불러온 처참한 광경에는 죽음과 공포만이 남아있다. 이는 프랑스 정치가 앙드레 말로가 쓴 '대지에서' 삽화 속 장면이다. 전쟁의 결과는 이렇듯 참혹한 비극이다. 다시는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재연하지 말고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도판 10, 도판 11, 도판 14, 도판 12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이현경 기자]

27일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으로 군사적 긴장을 평화로 전환시키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이날 오전 9시30분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정상은 환한 웃음과 악수로 평화와 번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한반도 분단 70년을 남북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이유는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그림으로 대변할 수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을 만날 수 있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르 메르디앙 서울)에서 개막했다.

"그 무엇보다 내 영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건 예술"이라고 했던 샤갈의 작품세계 속에서 한반도가 갈구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 온 샤갈은 앙드레 말로로부터 '대지에서' 삽화 작업을 부탁받았다. 말로는 스페인 내전에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와 그의 동맹국인 독일에 맞서 싸운 인물이다. 말로는 전시 경험을 쓴 책 ‘대지에서’의 삽화를 샤갈에게 부탁했다.

그는 샤갈에게 삽화를 맡길 때 단순히 글을 그림으로 번역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며 “다만 나의 글이 노랫말이 되어줄 수 있는 악보 같은 작업이길 바란다. 등장인물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지 않고 기껏해야 그림자 정도로만 나타내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M컨템포러리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에 전시된 샤갈의 '길 위에 붉은 당나귀' [사진=이현경 기자]

샤갈은 1차 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러시아혁명까지 20세기 대격변의 시기를 겪고 프랑스로 이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전쟁의 아픔을 알고 있는 화가다. 그는 ‘길 위에 붉은 당나귀’란 작품에서도 이주의 고난과 역경을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추억으로 극복하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 작품은 샤갈이 가장 사랑한 첫 번째 아내 벨라와 딸 이다와 함께 붉은 당나귀를 타고 이주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샤갈이 앙드레 말로와 친분을 맺을 수 있게 된 배경은 '교감'이다. 전쟁과 혁명을 극복한 과정이 닮았기 때문이다. 샤갈은 전쟁과 혁명을 겪으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 말로는 독재자에 맞선 고난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갔다. 이 점이 샤갈과 말로의 접점이 됐다. 

고난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샤갈은 ‘대지에서’ 막바지 삽화에 기타 소리에 맞춰 춤추는 군인들, 하늘에 뜬 무지개와 평화롭게 나는 새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평화'를 소망하는 그의 간절함과 마음이 고스란히 녹여진 부분이다. 그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대중과 더욱 공감대를 이끌었고, 시간이 흘러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이유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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