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모 위한 '히트앤드런방지법' 제정 청원 답변
'양육비 대지급제' 연구…11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문 대통령 "아이 양육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무"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청와대가 비혼 가정의 아이 양육과 관련,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24일 청와대 온라인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 '비혼모를 위한 히트앤드런방지법 제정' 청원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비혼모를 위한 히트앤드런방지법 제정' 청원은 양육비 지원을 받는 비혼모가 4.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일단 정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생부에게 사후 징수하는 것을 법제화해달라는 요청이다. 이 청원은 지난달 25일 마감일까지 21만7054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이에 청와대는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에 대한 향후 구상과 함께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논의된 '비혼모 등 한부모 가족 지원 방안'을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무이자 '아동의 권리'"라며 "비혼모들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게 국가가 돕고 복지 대책 외에도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24일 청와대 온라인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 '비혼모를 위한 히트앤드런방지법 제정' 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
이날 답변에 나선 엄 비서관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2004년 이후 관련 법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재정 부담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며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이같은 대지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청원인이 예로 든 덴마크의 경우에도 '히트앤드런방지법'이라는 단독법이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법들이 함께 적용되고 있다. 정부가 미리 양육비를 주고 비양육부모에게 청구하는 독일의 경우, 23%만 사후에 받아낼 뿐 나머지는 국가 예산으로 부담한다.
엄 비서관은 "오는 11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외국의 대지급제와 우리나라 양육비 지원 제도 등을 종합 분석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비혼,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한 한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가족은 약 44만 가구로 이 중 비혼모는 10%가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한부모 가족 중 47%인 21만 가구가 저소득층 가구다.
엄 비서관은 "정부의 기본 원칙은 '아동의 권리' 보호로 비혼모의 양육과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전이라도 비혼 한부모 양육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양육비 지원 대상과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원 대상 아동 연령이 14세에서 18세로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 월 13만~18만원 수준의 월 지원금액은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만 30세 미만 한부모에 대한 특별한 지원방안도 강구한다.
전세임대주택 임대보증금을 앞으로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아이 돌봄 무상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원래 가족들의 소득을 제외하고 당사자 소득만 보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엄 비서관은 "자립에 시간이 필요한 30세 미만 한부모에게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세임대주택과 아이돌봄 무상지원 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엄 비서관은 그러면서 "정부 출범부터 국정과제를 통해 한부모 가족 지원 대책을 고민해왔는데 청원을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청원 참여 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한부모 지원에는 약 3000억원대 예산이 소요되는데 관계 부처,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간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가 답변한다. 이번 청원까지 총 22개의 답변이 이뤄졌고 9개 청원이 답변 대기 중이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