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기업 이익 예상 웃돌았지만 주가 상승폭은 0.1% 불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1분기 어닝시즌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 반응은 시큰둥하다.
7년래 최대 이익 성장이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악재에 시달리는 주가에 상승 돌파구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중간 평가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꼬리를 물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이번 실적 시즌이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추가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당분간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뜩이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재차 3.0% 선에 바짝 근접,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시장의 경계감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23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기업 가운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달성한 기업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기업은 1분기 월가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를 평균 5.9% 웃도는 이익을 올렸다. 두 가지 수치 모두 과거 5년 평균치를 웃도는 결과다.
특히 헬스케어와 에너지, 부동산 등이 탄탄한 이익 성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S&P500 기업의 전체 이익이18%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11년 1분기 이후 7년래 최대폭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은행(IB) 업계는 향후 실적 전망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법인세 인하가 기업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문제는 주가 반응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두드러졌던 실적 랠리는 목격되지 않고 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경계감이 진정된 틈을 타 어닝 서프라이즈가 지수 급등을 이끌었지만 추세적인 상승 동력을 제공하기 못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종목의 주가가 이익 발표 전후 4일간 평균 0.1%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과거 5년 평균치인 1.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일부 기업의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고도 2분기 이후 전망치가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한 데 따라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 업계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무역 마찰이 전면전으로 악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기업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다.
중국 상무부가 퀄컴의 NXP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무역 마찰에 따른 파장이 가시화된 데 따라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상승 역시 악재로 지목된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재점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 선을 뚫고 오를 기세를 보이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에서 대규모 투자 자금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