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원유 가격이 70달러를 향해 올라가면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가 지금 당장은 견딜 수 있겠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기록했던 때는 지난 2014년으로, 당시 유가는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 때 투자자 다수는 가격이 곧 안정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국 급락을 거듭해 재작년 26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로 인해 석유 생산 업체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경제 부문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번엔 유가 상승세 지속하면서 경제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는 새로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60달러대 후반으로 작년 여름 저점에서 60% 이상 상승한 상태다.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상품 가격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유도한다.
이에 따라 성장이 둔화되고 증시 또한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증시 참여자들의 심리는 무역 마찰과 국채 금리 상승에 의해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나티시스의 조셉 라보르그나 미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서 유가 상승보다 현금을 빨아내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칼라일 그룹에 따르면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떨어졌을 당시 에너지 업계의 재정난은 확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채권 금리는 높아져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칼라일 그룹의 제이슨 토마스 리서치 책임자는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10~15달러 더 오른다면 경제를 끌어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유가가 "인위적으로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몇 달전만 하더라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WTI 선물 가격은 급락했지만 이후 다시 회복해 이날 배럴당 68.38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상승하게 된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 정책을 뒤바꾼 데 있다. 지난 2014년 OPEC은 미국 셰일 업계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자 빠른 속도로 원유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년 뒤 OPEC은 정책을 바꿔 과잉 공급분을 없애는 데 초점을 뒀다. 러시아 등 비 OPEC 국가들이 OPEC의 감산 협약에 참여했다.
콜롬비아대학교의 세계 에너지 정책 센터 안톤 할프 선임 연구원은 "대화가 달라졌다"며 "1년 전의 석유의 경우 '더 낮은 상태로 더 오래', '풍요의 시대'라는 말로 대화가 오갔지만, 이제 저유가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이같은 왕성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여름 휘발유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감세 혜택을 상쇄하고 가처분소득을 갉아 먹을 것이라고 도이체방크는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의 앤 루이스 히틀 석유 시장 부사장은 "소비자에게 휘발유 가격 상승은 세금 인상과 같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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