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모리토모(森友) 학원 문제의 진상 규명을 둘러싸고 큰 관심을 모았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 전 국세청장의 국회 환문(소환 심문)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일 중참 양원의 증인 환문에 나선 사가와 전 청장은 형사 소추 가능성을 핑계로 약 50회나 증언을 거부했다. 문서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사가와 전 청장의 입을 여는데 실패하면서 모리토모 스캔들의 진상 규명은 더욱 요원해졌다.
여야 의원들은 “작년 2~3월 국회 답변은 조작 전 문서를 근거로 한 것인가” “왜 문서를 조작했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사가와 전 청장은 “답변을 삼가겠다” “용서해 달라” 등의 말로 대신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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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참 양원의 국회 증언에서 굳게 입을 다문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장 <사진=NHK> |
◆ “아베 총리 관여에 대해선 명확하게 부정”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 총리 관저, 아소 다로(麻生太郎) 재무상의 지시나 관여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그는 “본 건은 재무성 이재국의 개별 안건이다. 이런 개별 안건은 이재국 내에서 대응한다”며 “이재국 외 재무성이나 총리 관저에 보고하거나 상의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재무성이나 총리 관저의 지시는 없었고 이재국이 대응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나와 아내가 관련이 있다면 총리직과 국회의원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이 조작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당시 나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발언을 들었지만, 총리의 발언을 들은 전후로 답변을 바꿨다는 인식은 없다”고 밝혔다.
약 50회나 증언을 거부한 사가와 전 청장이 정치권의 관여에 대해서는 명확히 부정하자 야당 측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희망의 당의 이마이 마사토(今井雅人) 중의원은 “이중적인 대응 자세”라고 비판했으며, 자유당의 모리 유코(森裕子) 참의원은 “위로부터의 지시는 없었다고 단정하면서 누가, 언제, 왜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며 “당신의 부하 직원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 향후 화살은 ‘아키에 여사’에게로
향후 진상 규명을 위한 화살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사가와 전 청장이 아니라 아키에 여사를 환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郎)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조작 경위에 대해선 증언을 거부하면서 총리의 관여만은 부정한다는 건 모순 그 자체”라며, “아키에 여사는 물론 국유지 매매 교섭 당시 이재국장이었던 사코타 히데노리(迫田英典) 전 국세청장을 환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와세다대학 교수도 “사가와 전 청장의 증인 환문만으로 문제는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며,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키에 여사와 사코타 히데노리 전 국세청장의 국회 환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다케나카 하루카타(竹中治堅) 교수는 “야당이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 심의를 볼모로 아키에 여사의 국회 환문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아키에 여사의 국회 환문이 필요하다고 답한 국민이 6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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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사진=AP/뉴시스> |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