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공정한 수사 기대 어렵다" 검찰조사 일체 거부
"MB 재판은 참석할 것"..검찰, 추후 다시 방문조사 방침 밝혀
[뉴스핌=이보람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 비자금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옥중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검찰은 추후 다시 방문 조사할 방침이지만,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앞으로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 등에 따르면 신봉수(48·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2시께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일체의 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조사는 실행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대면조사, 실소유주 문제와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불거진 자동차부품회사 다스(DAS)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 강훈 변호사를 통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날 정오께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전 대통령이 의논 끝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 이후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고 일방적인 피의 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입장에도 검찰은 예정대로 신봉수 부장검사를 비롯한 수사팀을 구치소에 파견했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서면만을 강 변호사를 통해 검찰 측에 전달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조사 거부를 통해 기존에 주장하던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검찰에 이 전 대통령 측 법적대응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구속을 무릅쓰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정치보복' 프레임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며 "어차피 이렇게 된 상황에서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고 법정 다툼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속 수감 첫 날인 지난 23일 변호인을 접견하고 "검찰이 (소환조사 때와) 같은 질문을 하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검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예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를 다시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혐의에 대한 보강조사는 물론 현대건설 뇌물 2억원 등 새롭게 불거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한 차례 연장해 최대 구속수사 만기일인 내달 10일까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확정해 기소하기 위해서도 이 전 대통령 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검찰 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때문에 옥중조사를 둘러싼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한두 차례 더 벌어질 전망이다.
강 변호사는 "앞으로 모든 조사를 거부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검찰조사 일체를 거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는 당연히 와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끝내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은 더욱 세밀하게 이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한 진술과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약 60억원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뇌물 22억원 등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와 350억원대 비자금조성·횡령,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수감됐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