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해자 임의동행 후 귀가조치‥2차 폭행 발생
피해자 측 "왜 체포 안하냐...경찰 연락도 없어" 분통
[뉴스핌=김범준 기자] 자신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며 아파트단지 관리소장 등 직원을 마구 폭행한 '갑질 입주민'이 또다시 등장했다.
해당 입주민은 관할 지구대로 '임의동행' 됐지만, 몇 시간 뒤 귀가조치를 받고 돌아가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폭행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안일한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지난 1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범박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장 이모(여·40)씨와 과장 A(남·62)씨가 한 입주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21일 오후 밝혔다.
협회와 피해자 측 제보에 따르면, 입주자 B(남·58)씨는 "인근 다른 아파트 단지의 향후 재개발 과정에서 분진·소음·교통·조망권 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앞서 자신의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대책을 요구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논의 결과, 조망권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판단에 따라 현수막 문구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만, 재개발 단지의 출입문 위치 등으로 향후 교통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3개 제작, 이 중 1개를 게시했다.
그러자 B씨는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께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왜 조망권에 대해서는 현수막에 문구를 넣지 않느냐"며 욕설을 퍼부으며 거칠게 항의했다.
B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약 30분 뒤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이씨와 A씨에게 "X년아" "내가 시켰는데 왜 안했느냐" 등의 무차별적 폭언과 함께 폭력을 휘둘렀다.
실제 피해자 측이 제보한 해당 관리사무소 폐쇄회로영상(CCTV)에서도 B씨가 A씨를 주먹으로 수 차례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 회에 걸쳐 뺨을 맞는 이씨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19일 오전 경기 부천시 범박동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빨간모자)이 불만을 품고 관리사무소장(우상단 사진 속 가운데 여성)과 직원(좌측 상·하단 사진 맨 왼쪽 남성)을 때리는 모습. 남성직원은 착용한 안경(빨간 동그라미)이 날아갈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피해자 및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제보용 CCTV 영상 갈무리> |
당시 관리사무소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를 폭행 가해혐의로 현장에서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피해자들은 출혈 등 외상을 이유로 경찰을 따라가지 않고 우선 근처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았다.
관리소장 이씨는 21일 저녁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 범박지구대는 B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약 1~2시간 가량 간단한 조사 후 귀가 시켰다"면서 "그러자 B씨는 신고에 대한 앙심을 품고 이날 오후 다시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2차 폭행과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 피해 후 (지구대에) 다시 신고하니, 담당자가 '관할 서 형사과에 넘겼으니 곧 연락이 올 거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고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여기 직원들은 혹시 모를 일에 불안에 떨며 일도 손에 안잡히는 상황인데, 경찰의 대응이 너무 늦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천 소사경찰서 관계자는 "폭행으로 인한 심한 부상 등 구속 사안이었다면 당일 바로 피해자와 피의자를 조사했을텐데, 해당 건은 임의동행이었고 일단 피해자도 해당 지구대에 출석하지 않아 담당 형사가 단순폭행으로 판단했다"면서 "2차 보복 폭행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바가 없어서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피해자가 (조사차) 오지 않아 정식 입건 되지 않았고, 지난 19일 지구대에서 관련 서류만 넘겨받은 상태"라면서 "내일(22일) 담당 형사가 피해자에게 연락해 출석 일정 등을 정하고, 현장에 출동해 증거를 확보하는 등 조사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피해자 측에 따르면, B씨의 폭행 장면이 담긴 관리사무소 CCTV 영상은 아직 경찰에 넘어가지 않은 상태다.
사건의 단순화 및 가해자의 즉각 귀가 조치로 2차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범박지구대에서는 "담당자가 (비번으로) 없다"며 현재까지 안일한 초동 대응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