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조항에 수도 조항 삽입..수도 이전 위헌 논란 피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행정수도 별도로 둬
[뉴스핌=김선엽 기자] 청와대가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할 근거를 마련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정치·행정 수도인 세종시와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서울로 우리 수도를 사실상 이원화하겠다는 균형발전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신설돼 눈길을 끈다. 현행 헌법에는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이 없다.
수도를 법률로 정하도록 헌법에 명시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을 들어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날 청와대 조국 수석은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할 수 있으므로, 이번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 2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14년 전 헌법재판소, 경국대전 원용해 '수도 이전=위헌' 판결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됐다 무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건설추진기획단을 발족시키고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찬성167,반대13,기권14표)하면서 수도이전이 현실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가 조선왕조의 경국대전을 인용하는 관습헌법 논리를 통해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결국 백지화됐다.
당시 수도이전위헌 소송을 승리로 이끈 이가 최근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석연 변호사다.
한편, 위헌 판결 이후 정치권은 수도 전체가 아닌 행정부처만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안’을 추진, 우역곡절 끝에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출범 6년째를 맞이했으나 세종시는 아직 인구 30만의 소도시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에 수도조항을 신설한 것은 세종시의 행정수도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가 아닌 행정수도로 법률로 못 박으면 청와대와 국회까지 모두 이전이 가능하다.
세종시 전경 <사진=뉴시스> |
◆ '수도≠제1 도시'인 나라, 주로 신대륙에 포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할 경우 세종시는 정치·행정상 수도로 새롭게 태어나고 서울은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남을 전망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수도를 이원화하는 국가는 주로 신대륙에 위치한다. 미국의 경우 행정수도와 경제수도가 워싱턴과 뉴욕으로 나눠져 있다. 캐나다도 토론토가 경제의 중심이지만 행정수도 오타와를 두고 있다.
호주는 대도시 멜버른과 시드니 사이에 행정수도인 캔버라가 위치해 있다. 뉴질랜드의 웰링턴과 오클랜드도 행정기능과 경제기능을 각각 갖추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절반인 49.5%(2015년 11월 기준)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이 중 24.4%는 경기도에 거주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조국 수석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왔고, 그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며 지역균형발전에 다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