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경찰 공무수행 중 사망해도 국가 배상 못하는 '독소 조항'
개정헌법에서 사라지면 군인, 경찰 등 국민기본권 강화 기대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공개하고 오는 26일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중배상금지' 조항 삭제다. 현행 헌법 29조에는 군인·공무원이 명령 수행과정에서 상해를 입어도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수 없다고 이중배상금지를 규정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뉴시스> |
군인과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다 부상이나 사망 등 피해를 입어도 법률이 정하는 보상을 넘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이른바 1972년 공포된 ‘유신헌법’ 때 신설된 조항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국군 희생자가 증가하면서 국가배상청구가 늘어나자 재정부담을 이유로 헌법에 명문화했다.
일반 공무원은 다르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국가 잘못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보상금과 별도로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중배상금지 조항은 군인과 경찰에 대해서만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에서 보상금 등을 준 것 외에 군인이나 경찰 공무원이 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마라’는 내용이다. 헌법에서 ‘대못’을 박았으니 법률 및 하위 법령뿐 아니라 법원에서도 헌법을 넘어서는 판결을 내리지 못해 국민기본권 위배라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다.
이중배상금지는 남북한 해군이 충돌한 2차 연평해전(2002년)과 천안함 사건(2010년) 등 북한과 충돌에서 장병들이 순직해도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수 없다는 모순적인 사안에 직면하며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헌법에 명문화돼 있어 개헌을 하지 않고서는 풀지 못하는 한계로 정부는 순직 군인 등에게 국민성금이나 연금법 개정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상안을 마련할수밖에 없었다.
연평해전 등 큰 국가적 군사충돌 외에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병으로 군대에 복무한 병사들도 헌법 29조 이중배상금지 조항에서 자유롭지 않다. ‘군대에서 사망하면 개죽음’이라는 세간의 입버릇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에는 헌법이 규정한 이중배상금지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공무 중 순직이 빈번히 일어났지만, 국가의 잘못이 있어도 순직 유가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수 없어 애국심만 강요하고 실질적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댓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다수는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개정헌법에서 제외하면 군인과 경찰관 등에 대한 국가의 차별적 대우가 향상되고, 나아가서는 징병제를 시행하는 한국의 여건상 국민의 기본권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헌법인 ‘87년 헌법’이 태어날 당시 이중배상금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아 ‘독소조항’으로 남아 있었다”며 “인권과 국민 기본권이 3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헌법이 개정된다면 반드시 사라져야할 조항”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