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악의 사전'이라는 파격적인 주제로 개막 초반부터 관심을 모은 '강원국제비엔날레'가 관람객 20만 명을 끌어 모으며 4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에 제 2회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열릴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강원국제비엔날레> |
지난 2월3일 개막해 18일 막을 내린 이번 전시에는 세계 23개국 58작가(팀)가 총 130여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들은 난민·전쟁·인권·자본주의·계급주의·환경·소수자 등 동시대 인류공통의 문제를 거침없는 시각언어로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홍경한 예술총감독은 "상생, 화합, 평등, 평화를 포함해 승리 보다 참여, 성공보다 노력, 인간가치 회복과 같은 올림픽정신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극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악의 사전'은 올림픽정신인 평등과 평화, 인간가치는 어디서 찾아야하는지를 되묻는 역설적 명사였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언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CBS, 올림픽 주관 방송서비스를 맡은 OBS, 독일 공영방송 ZDF 등 해외 주요 외신들도 앞 다퉈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소개했다. 특히 공신력 있는 매거지인 홍콩·싱가포르 태틀러(Hong Kong Tatler, Singapore Tatler)는 2월호에서 '여행할 가치가 있는 10대 비엔날레'로 시드니비엔날레, 베를린비엔날레와 함께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선정했다.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미술전문지인 사라바티(Saravati) 또한 '올해 주목해야할 세계 10대 비엔날레'로 강원국제비엔날레를 꼽아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스페인, 이집트, 아르헨티나,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외신에서 강원국제비엔날레를 타전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관계자는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은 보도횟수만 1100여회라는 남다른 기록을 남겼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강원국제비엔날레는 적은 예산으로 성과를 이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일몰제 적용 대상이 되어 국가예산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나 2016년까지 매회 80억 원에서 100억 원에 이른 광주비엔날레나 40억 원대인 부산비엔날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예산(약23억 원)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원국제비엔날레 측은 "전시장 건축비 약 7억 원을 제외한 실제 가용예산은 16억 원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사진=강원국제비엔날레> |
재정적,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도 콘텐츠로 승부하며 높은 전시 수준과 흥행을 보여준 강원국제비엔날레는 화려한 성적만큼이나 국제적인 행사를 위한 하드웨어 구축의 필요성과 조직의 연속성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 가운데 도립미술관 하나 없는 현실은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강원국제비엔날레의 경우만 해도 전시장이 부족해 컨테이너 전시장을 새롭게 지어야 했다.
한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공식 루트를 통해 "2018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피즘의 승화와 문화유산 창조를 위해 강원 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비엔나레를 주관한 (재)강원국제미술전람회민속예술축전조직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청산절차를 밟으며 직원들도 계약 만료에 따라 흩어질 처지에 놓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강원국제비엔날레를 강원도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겨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김성연 관장은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이 이룬 유무형의 가치가 증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전시환경 구축 및 조직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강원국제비엔날레는 진두지휘한 홍경한 예술총감독은 "말로만 레거시를 외칠 것이 아니라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진정한 강원도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행·재정지원과 특성상 시간도 그리 많은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