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돌이켜보면 마냥 평범하지는 않았다. 되레 평범함과 거리가 있는, 하드코어가 많았다. ‘솜블리’라는 애칭이 생길 만큼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는 누군가의 슬픔을 표현했고, 누군가의 아픔을 토해냈으며, 누군가의 처절함을 외쳤다. 그리고 또 한 번 차디찬 바닥 위에 섰다. 꿈·희망을 언급하는 것조차 사치인 N포 세대, 우리의 옷을 입고.
배우 이솜(28)이 신작 ‘소공녀’로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를 담은 청춘 판타지물. 극중 이솜은 타이틀롤 미소를 열연했다.
“원래 광화문 시네마 영화를 좋아해요. 기발하잖아요(웃음). ‘소공녀’ 같은 경우에는 전작 ‘범죄의 여왕’(2015) 쿠키 영상에서 처음 접했어요. 궁금해서 개봉 일을 물었더니 캐스팅 전이라고 하셨죠. 이후에 전고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줬고 보자마자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미소를 30대 중후반 배우로 찾았대요. 근데 캐스팅이 힘들어지면서 연령대를 낮췄고, 마침 제가 연이 닿은 거죠.”
이솜이 연기한 미소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가사도우미 3년 차. 일당 4만5000원으로 집세, 약값, 생활비를 쪼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일한 안식처는 담배와 위스키. 하지만 새해가 되고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자 과감히 집을 포기하고 ‘자발적 홈리스’가 된다.
“미소가 현실에 동떨어진 느낌이라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또 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는 지금보다도 더 여렸잖아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고, 막연히 ‘내가 서른이 되면 미소와 같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죠. 근데 그런 의문은 시작하면 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판타지적인 느낌을 살려서, 있는 그대로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했죠. 심지어 미소 옷도 입고 출퇴근했어요. 딱 한 벌뿐인 옷을 한 번도 안빨고요(웃음).”
미소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N포 세대, 밴드 더 크루즈 멤버들과 달리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여전히 순간의 즐거움을 찾고, 사랑을 좇고, 또 꿈을 꾼다.
“실제 저는 반반인 듯해요. 그래도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편이긴 하죠. 하지만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요. 누구나 이상적인 것만 추구하며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다 현실에 부딪히잖아요. 저 역시 어떤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 그때그때 고민들이 다 있어요. 그래도 최대한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죠. 사실 또 상황이 어찌 됐든 싶은 거는 해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웃음).”
미소의 또 다른 행복, 남자친구 한솔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특히 한솔을 연기한 안재홍에 대해서도. 이솜은 안재홍과 특별한 친분이 없었던 지난 인터뷰에서부터 친해지고 싶은 동료이자 함께 호흡하고 싶은 파트너로 안재홍을 꼽으며 무한 팬심을 드러낸 바 있다.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웃음) 진짜 말하는 대로 되나 봐요. 그때 말씀드린 것처럼 재홍 오빠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 일 순위라 너무 좋았죠. 실제로 친해져 보니 역시나 인간미도 매력도 넘쳐요. 최고였죠. 한솔 캐릭터 자체도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도 한솔 같은 남자 친구는 좋을 듯해요. 사랑에 있어서 다른 욕심도 없고, 미소가 꼬치를 던졌을 때 그걸 주워서 쓰레기를 챙기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잖아요.”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 앞서 언급한 이것들은 미소를 숨 쉬게 하는 것이자 미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그렇다면 미소가 아닌 이솜에게는 무엇이 그런 존재일까. 그는 단번에 영화, 커피, 그리고 친구와 산책을 꼽았다.
“영화표는 중학교 때부터 모으고 있어요. C.A(창의적체험활동)가 ‘영화 산책반’이라 그때부터 쭉 모았죠. 영화표가 시간이 지나면 글씨가 지워지잖아요. 그래서 코팅까지 다 해놨어요(웃음). 또 하나는 커피죠. 집에서 직접 드립 커피를 내려서 컵에 들고 다닐 만큼 좋아해요. 가끔 사람들이 컵 들고 다닌다고 이상하게 보지만(웃음), 개의치 않죠. 그거 외에는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 떠는 여유로움, 촬영장에서 하는 산책 정도예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유난히 바쁘게 달려왔던 만큼 올해는 조금 여유를 갖고 싶다. 물론 이 여유가 단순 휴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저 ‘소공녀’의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마친 후 차근차근 다음을 맞이하고 싶다.
“지금 독립 영화, 상업 영화 모두 열어놓고 보고 있어요. 장르나 캐릭터는 이왕이면 새로운 걸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액션, 스릴러도 재밌을 듯해요. 물론 드라마도 보고 있고요. 드라마는 반응이 바로 오니까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근데 무엇보다 올해는 조금 여유롭게, 또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싶어요. 그 전에 이 ‘소공녀’를 제대로 보내줄 거고요(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