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검찰조사 후 21시간 만 귀가
변호인들에게만 "수고했습니다"
자택에서도 별다른 입장표명 없어
검찰조사서 불리한 정황 확인?
[뉴스핌=이보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21시간 만에 귀가하면서 출석 때와는 달리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과정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을 직접 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6시 25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입구로 나왔다. 14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와 6시간 동안 이어진 진술조서 열람에도 예상보다 피곤한 기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 대신 입구 계단을 내려오다 뒤를 돌아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변호인들에게 "수고했습니다"라고 짤막하게 인사했다.
100억원대 뇌물 수수 의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청사 입구에서 대기하던 수 십여 명의 취재진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취재진들이 "장시간 조사 받았는데 심경이 어떠냐", "다스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 변함없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논현동 자택으로 향했다.
자택에 도착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곧바로 자택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검찰 출석 때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검찰 조사가 예상보다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자신들이 확보한 물증과 핵심관계자의 진술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제시하고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이 직접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어떠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한 만큼 향후 대응책 마련에 좀 더 수월해 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추후 입장표명을 하고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언론 앞에서 말을 아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 25분 검찰에 출석해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뗐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무엇보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위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들에게는 자신을 낮추면서도 검찰 조사에서는 비협조적 태도를 취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또 검찰 조사가 '정치보복' 이라는 기존 입장이 변함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실소유주 및 비자금 조성 등 의혹 등이 제기된 자동차협력업체 다스(DAS) 관련해 "알 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