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4일 오전 10시께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 시작
오후 5시까지 다스 실소유주·비자금 의혹 조사
특활비 수수 등 불법자금 수수 의혹 조사 돌입
"MB, 전반적으로 혐의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
[뉴스핌=이보람 기자] 뇌물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면서 '꼬리자르기'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14일 오전 9시 50분부터 점심시간과 두 차례 짧은 휴식을 제외하고 약 6시간 넘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오후 조사에서는 다스 차명계좌 실소유 의혹과 비자금 횡령 문제, 다스 소송에 공무원 동원 의혹, 대통령 기록물 불법 반출 문제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조사는 첨단범죄수사1부의 신봉수 부장검사가 조사를 주도하는 가운데,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 검사가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련 조사는 오후 5시 무렵까지 계속됐다.
5시 20분부터는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의 지휘 아래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문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문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뇌물 문제 등 불법자금 수수와 관련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오후 조사에서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알지 못한 것은 물론 지시하거나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 공무원 동원, 대통령기록물 반출 등과 관련,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증이나 핵심 관련자 진술을 제시하며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 관계자는 "단순히 인정을 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를 인정하시는지 부분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인정해야 소송비용 대납 문제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두고 공소시효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공소 시효를 논의하는 것은 뇌물을 받은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하고 이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이 전 대통령 측이 원할 경우 휴식을 취해가며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월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됐던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이관받아 관련 수사를 펼쳐왔다. 특수2부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전반적으로 수사한 바 있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신봉수 부장과 송경호 부장이 직접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개에 달하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만 100여 페이지가 넘는 등 확인 사항이 많아 자정을 넘겨서까지 조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