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사 촉구 집회 대부분.."꽃길 걸어 감옥으로" 바닥 스티커 화제
MB 지지자 "정치보복이다" 외쳤지만 큰 충돌 없어
[뉴스핌=고홍주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 22분께 검찰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백억대 뇌물·횡령 의혹을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은 이 전 대통령의 출두 1시간여 전부터 각종 시위로 떠들썩했다.
노동당은 이날 8시 50분께 검찰청 동문 앞에서 ‘이명박 즉각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을 즉각 구속하라”, “이명박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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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노동당이 ‘이명박 즉각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홍주 기자> |
지난해 10월부터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해온 이명박구속촛불시민행동은 이날 검찰청 앞에 ‘꽃길 걸어 감옥으로’라는 푯말을 바닥에 붙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구속촛불시민행동의 박은정(38) 씨는 “10월부터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해왔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출두를 보러왔다”며 “연차를 내고 올 정도로 이날을 기다려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이 임박하자 “이명박 구속”을 외치는 메시지는 더욱 거세졌다.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금속노조 등이 속한 진보민중단체는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을 사유화 한 파렴치한 범죄왕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윤택근(53) 부위원장은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던 이 전 대통령은 국민 68%가 구속 촉구하는 신세가 됐다”며 “정경유착 뇌물백화점의 주범이 정치보복을 운운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이 사법부 정의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는 이명박 구속영장을 즉각발부 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던 남북농업교류위원회 정광미(68)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의 원흉”이라며 “역사 바로 하려면 지금 당장 구속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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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진보민중단체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을 사유화 한 파렴치한 범죄왕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고홍주 기자> |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4분 논현동 사저를 나서 8분 만인 9시 22분께 중앙지검에 도착했다. 논현동 사저에서 서초동 검찰청까지는 불과 4.4km 남짓이지만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강남 일대 도로를 20여 분 간 통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출석 직후 한 지지자가 나타나 “이명박 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외치자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진보단체와 잠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힌 미용사 박현자(66) 씨는 “이 전 대통령은 힘든 가정에서 지금까지 노력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통령이 돈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초동 풍경은 지난해(3월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는 태극기 부대와 진보단체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었다.
이날 경찰은 중앙지검 청사 주변에 600여명(8개 중대), 사저에 400여명(5개 중대) 등 총 1000여명(13개 중대)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 때는 중앙지검 2000여명(24개 중대), 사저 1000여명(12개 중대) 등 3000여명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