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에 포함할 예정인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高프로)’는 연봉이 높은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새로운 제도이다. 아베 정권은 재량노동제의 대상 확대를 법안에서 삭제하는 한편, 高프로 법안에는 여전히 의욕을 보이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은 오가타 게이코(緒方桂子) 난잔(南山)대학 법학부 교수에게 ‘高프로’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오가타 게이코 난잔대학 교수<사진=렌고가가와> |
-高프로는 어떠한 제도인가.
高프로는 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일에 쏟은 시간과 성과의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하여 후생노동성이 성령(省令)으로 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高프로가 도입되면 일본의 노동시간 규제는 크게 변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도의 어디가 새로운 것인가.
지금의 노동시간 규제에서는 상급 관리직은 ‘관리감독자’로서 취급되며 규제가 느슨하다. 경영자에 거의 가까운 상태로 일하고 있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高프로는 경영자에 가깝다고는 한정할 수 없는 근로자를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로 전혀 새로운 제도이다.
-아베 정권이 이번 국회에서 대상 확대를 단념한 재량노동제와는 어디가 다른가.
재량노동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으로 업무를 하는 데 있어 근로자에게 재량이 있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高프로에는 그러한 조건이 없다. 高프로를 적용할 수 있는 일은 성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현 단계에서는 금융상품 개발, 딜링 업무,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연구개발 업무 등이 검토되고 있다. 高프로에는 연봉 1075만엔(약 1억원) 이상이라는 요건이 있지만, 재량노동제에는 없다.
-이러한 전문직에 연봉이 높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재량으로 일할 수 있지 않나.
현행 법안에서는 高프로가 적용되는 사람에게 상사가 할당량을 주거나, 업무 방식을 지시하거나 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 않다. 대상 업무를 성령으로 정한다는 것 외에 규제는 없다. 도입 당초는 업무 방식에 재량이 있는 직종을 대상으로 할지 모르겠지만, 성령은 국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상이 점차 확대돼 나갈 가능성이 있다. (연구개발직이나 디자이너 등 전문적인 직종에 적용되는) 전문 업무형 재량노동제의 대상도 성령으로 확대해 왔다.
-야당은 高프로를 ‘슈퍼 재량노동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무의 양을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재량노동제와 高프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업무 양에 대한 결정권이 없으면 제한이 없는 할당량이 주어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중한 노동이 발생한다. 노동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재량노동제에서는 노동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있다. 실적 목표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한 과잉 노동을 할 수밖에 없고 구조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발생하게 된다. 업무 양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
-왜 노동시간의 규제가 필요한가.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헌법의 요청이다. 일본 헌법 27조 2항은 ‘임금, 노동시간, 휴식 및 기타 노동 조건에 관한 기준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노동기준법이 만들어졌다. 노동계약은 ‘나의 노동력을 당신에게 판다’는 계약이지만, ‘나’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생활, 지역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 인간이기도 하다. ‘나의 시간’과 ‘당신을 위한 시간’을 구별하는 것이 노동시간 규제의 역할이며, 노동시간 관리는 사용자의 기본적 의무이다. 재량노동제이든 高프로이든 근로자가 노동시간을 관리하게 되지만, 업무 양을 결정할 수 없는 근로자는 두 가지 시간을 구별할 계기를 잃고 만다. 새로운 제도로 이득을 얻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동기준법은 최저 기준이다. 이득을 얻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고,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를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이다. 약칭해 ‘高프로’라고 부른다. 노동시간과 임금의 관계가 분리된 제도로 대상자는 잔업이나 야근, 휴일 근무를 해도 잔업 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 야당은 ‘잔업수당 제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1차 아베 정권이 2007년 도입하고자 했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같은 제도이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