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경 기자]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이 합병을 완료했다. 증권가는 변액보험에 강점을 갖고 있는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해진 생명보험업계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변액보험은 일반 보장성/저축성 상품과 달리 수수료손익이 영업외손익으로 인식돼 특별계정 자산에 적립된다. IFRS17이 도입돼도 특별계정은 시가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보험 부채 증가에 따른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자료=대신증권 HTS> |
◆ '변액보험' 강화해 피비즈(수수료 수익)·IFRS17 대비 두마리 토끼 잡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5일 PCA생명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고 통합 미래에셋생명을 출범했다. 지난 2016년 PCA생명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지 1년 반 만이다.
당초 PCA생명은 지난 2001년 영국 프루덴셜그룹이 영풍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보험사다. 공격적인 변액보험 영업을 펼쳐오면서 성장했지만 매출 신장을 위해 FC(보험설계사)와 GA(보험대리점)에 지급하는 선수당을 최고 1300%까지 큰 폭으로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만 업계에선 "PCA생명의 경우 주식형펀드구성이 채권형에 비해 훨씬 많아 수수료율이 높은 알짜 회사"라는 평가도 있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판매하는 보장성이나 저축성보험은 재무제표상 일반계정으로 분류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다수의 생보사들은 일반계정 계약이 70% 이상이지만 변액보험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은 특별계정 비중이 각각 50%, 70% 상회한다. 박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15조원에 달하는 미래에셋생명의 특별계정자산 수수료수익이 380억원대에서 55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사는 가입 초기 고객들이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 선취수수료를 제하고 남는 금액을 펀드 등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 펀드를 투자할때 발생하는 거래수수료나 펀드 자산운용수수료는 회사 수입"이라며 "저금리 등 시장환경에 따라 투자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통합 후에도 변액보험 판매 강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매출 가운데 수수료 부문 계정을 '피비즈' 계정으로 따로 분류한다.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피비즈 수입 60% 이상이 변액보험에서 나왔다.
수익성은 좋아진 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는 줄어들었다. 이는 변액보험 '실적배당형' 특성 때문이다. 변액보험 상품은 가입자가 수익률 변동 리스크를 부담해 보험사의 손실 부담이 적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직면한 자본 확충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오는 2020년 보험업계에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들이 금리 인상이나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언제든 약속한 금리로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내줄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는 것.
◆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제자리… 온기는 언제쯤?
다만 전사적 통합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1월 주당 평균 주가 3% 이상의 높은 배당률을 발표하면서 한때 6280원(전달 종가 대비 26%)까지 급등했다가 지난 6일 5120원까지 내려앉았다.
박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가시적인 ROE는 아직 4%대로 본격적인 이익개선 시기는 2020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액보험 전문 생명보험사라는 업계 내 지위와 수익성은 확보했지만 수치상으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합병 이슈 자체는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기 때문에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본다"며 "합병 이후 실질적인 숫자가 나오는 1분기 이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시나 보험 업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라 동반 하락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외에도 통합비용 등 올해 비용처리 반영될 부분들이 남아있어 실손 개선이 확인되는 내년께 반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수익성 개선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임 연구원은 "적극적인 해외 장기채 투자와 4Q기준 부채 가운데 약 40%가 특별계정(변액보험)으로 분류돼 이미 시가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IFRS17 도입 이슈에서도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경 기자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