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출 증가 vs 부가가치 상품 수출 감소
"원유 생산량 증가, 무역수지 질적 악화 감춘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겉보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수지는 5660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작년 12월 한 달간 적자 규모는 531억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미국 무역수지 추이 <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믹스> |
중국과의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3752억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원유 수입 필요성이 크게 줄었는데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처럼 확대된 것이다.
석유 및 관련 제품과 천연가스 등 3가지 분야의 순수출(net trade)은 2007년 이후 2330억달러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그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던 석유 화학 산업과 비료 산업은 활력을 되찾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향후 5년간 원유 생산 증가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석유 및 관련 자원의 총 생산량은 작년의 일일 1320만배럴에서 2023년에 1700만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부가가치 상품의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원유 수출로 1달러를 번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나 기계류를 수출해 1달러를 번 것과 똑같은 값이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원자재 가격은 마치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하다"며 "원자재는 연관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고용을 창출하거나, 지적 노하우를 축적하는 효과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논평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대체로 국민 생활수준이 낮은 반면, 원자재 수입 국가들은 경제와 과학기술이 발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 한국, 서유럽, 최근까지의 미국 등이 후자의 사례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신문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는 무역수지의 질적 악화를 감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