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세금투입 부담...유증 부정적
실사 후 결정 예정...GM 비협조도 문제
[뉴스핌=김연순 기자] 군산공장 폐쇄라는 제너럴모터스(GM)의 기습 공격에 KDB산업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GM은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압박하지만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게 부담스럽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실업사태를 나몰라라 할 수만은 없다. 일단 한국GM 경영 실사를 진행하면서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군산공장.<사진=한국GM> |
14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유상증자 요구에 부정적이다.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부실기업에 또 다시 거액의 세금을 넣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GM이 군산공장 폐쇄 카드와 함께 이달 말까지 자금 지원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중대결정이란 한국 시장 철수 선언으로 해석된다.
GM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한국GM은 약 1만6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1~3차 협력업체 3000여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약 30만명의 생계와 연결된다. GM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정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GM은 한국GM의 존속 조건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지분율대로 참여하는 방안이다. 현재 GM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상하이자동차가 6.02%의 한국GM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분율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5000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유증 참여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더라도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 유상증자 참여에 대한 입장은 아직 결정될 것이 없다"면서 "일단 실사를 통해 한국GM의 부실 정도를 들여다본 후 결정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채권단 대표로 출자에 참여했다. 이후 2017년 10월까지 15년 동안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하는 자산처리 거부권 협약을 맺었다.
이 거부권 협약이 종료되기 전부터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고 산업은행도 이를 감지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가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GM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조치에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산업은행은 전날 긴급회의를 한 뒤 실사 카드를 내밀었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한국GM의 지난 수년간 경영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이 GM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실사에 돌입해 GM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자금 지원 규모 및 '고통 분담 비율'을 정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GM이 그동안 기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 요청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만큼 실사가 제대로 진행될 지도 의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3월 116개 경영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했지만 한국GM은 6개만 제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