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계약까지 무조건 가입...10만원 팔면 수당 140만원 지급도
[뉴스핌=김승동 기자] KB손해보험이 200%에 불과했던 판매보너스(시책)를 이달 초 600%로 올렸다. 월 10만원인 장기보험 한 건을 계약하면 수당까지 합쳐 최대 140만원 이상을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거다. 이에 신규계약이 줄을 이었다. 이틀만에 25억원에 달하는 매출(초회보험료)을 기록했다. 그러자 사흘만에 부랴부랴 시책과 수당을 줄였다. 업계에선 이 시책과 마케팅 비용이 100억원 가량 투입됐을 것으로 본다.
이를 지켜보던 경쟁사들도 시책을 높이고 언더라이팅(인수 심사)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핵폭탄 투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동원했다. 장기보험 기준 전상품 사망연계·가입한도(언더라이팅의 일종) 등을 전부 폐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삼성화재나 현대해상도 경쟁 참여를 고려중으로 알려졌다.
기업체와 생명체의 공통점은, 죽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장이 멈추면 노화가 시작된다. 노화가 심화되면 죽음을 맞이한다.
다른 점은 생명체는 성장과 노화 그리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기업은 거부하고, 저항한다는 것.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손보사들의 치킨게임은 성장을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보험사의 이익을 3가지로 구분하면 사차익, 이차익, 비차익이다. 사차익은 예정위험률보다 실제위험률이 낮을 때 발생한다. 이차익은 보험사가 자산을 운용한 이자 등의 수익이며, 비차익은 예정사업비 대비 실제 지출한 돈이 적을 때 나온다. 이 3가지를 줄여 일명 ‘사이비(死利費) 이익’이라고 말한다.
가장 건강한 이익은 사차익이다. 보험사가 제대로 영업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비차익이다. 사업비를 통제해 내는 이익이다. 사차익과 비차익은 모두 보험사 스스로 통제해 낼 수 있다. 이차익은 자산운용에 따른 이익이다. 기대이익이 높으면 좋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보험사가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최근 손보사의 제살깎기식 경쟁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포기한 듯 보인다. 노화하지 않기 위해 수은을 들이마신 진시황과 같다.
치킨게임에서 승자는 없다. 손보사의 언더라이팅 완화는 사차손, 시책 강화는 사상 최대 비차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시책을 노려 불완전판매한 설계사도 결국 손실이다. 고객과 신뢰는 금이 갈 것이고 유지율 하락도 장기 수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비자도 좋을 게 없다. 보험사들이 치아보험 경쟁에서 본 손실을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높여 메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사이비(似而非) 이익을 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와중에 또하나 아쉬운 건 심판 또는 경기감독관 역할을 해야할 금융감독원이 보이지 않는 거다. 금감원은 상반기 중 과도한 시책을 검사하겠다고 으름장만 놓고 뜸을 들일 뿐이다. 문제가 곪아터지고나서야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뒤늦게 설거지만 할 셈인가보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