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물 32억유로 규모 국채 0.08%에 발행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정부가 5년 만기 국채를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제공하고 발행했다. 금융시장의 당연한 원리에 해당하지만 실상 3년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초래됐던 시장 왜곡이 바로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화<사진=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5년 만기 32억유로(39억7000만달러) 규모의 국채를 0.08%의 수익률에 발행했다.
독일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불하고 자금을 조달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독일 5년물 국채는 2015년 9월 이후 최근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됐다.
채권을 매입해 독일 정부에 자금을 차용한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보상으로 이자를 지급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에 해당하는 만큼 비용을 떠안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 때 전세계 서브 제로(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규모가 약 12조달러에 달했을 때 유럽 금융권에서는 모기지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면서 금융권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은 급반전을 이루고 있다.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에 국채 매도가 쏟아지면서 선진국 전반에 수익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연초 신규 발행된 독일의 10년물 국채의 평균 수익률은 0.54%를 기록해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통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7%를 넘은 데 이어 투자자들 사이에 연내 3.0%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독일 5년물 수익률 역시 2015년 말 이후 처음으로 ‘서브 제로’를 탈피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주요국 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다.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은 만기까지 고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올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와 수익률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미즈호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부문 헤드인 피터 차트웰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기존의 예상보다 금리인상이 빨라질 가능성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JP모간의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규모는 지난 12일 기준 6조20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최고치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