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광역 6석 이상 필요한 홍 대표
'배수의 진' 대신 '반홍' 세력 사전차단 나서
[뉴스핌=김선엽 기자] "(광역단체장) 6개를 이기면 홍준표 당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홍준표도 없고 우리도 없다."
자유한국당 '친홍'(親홍준표)계의 한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만큼 이번 6.3 지방선거는 한국당 입장에선 '홍준표의, 홍준표에 의한, 홍준표를 위한' 선거다.
한국당이 광역단체장을 6석 이상 가져간다면 홍 대표의 당내 지위는 확고해지고, 2020년 총선까지 홍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시원찮은 성적을 거둔다면 홍 대표의 '헤게모니(주도권)'는 당장 도전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9일 한국당 국회의원 90여명이 참석한 의원연찬회에서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
홍 대표는 "일부에서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제가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러분들 다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주문하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미리 포석을 깔아둔 셈이다. 동시에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권을 넘겨받겠다고 벼르는 반홍 세력을 향해 일침을 가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 대표가 ‘배수진’을 쳐도 모자른 상황에서 선거 승리보다 영속적인 당권 확보에 방점을 둔 것은 아쉬운 대목이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새해 덕담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홍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서 어렵게 당권을 거머쥐었다. 같은달 출범한 당내 혁신위원회를 통해 무려 8차례에 걸친 혁신안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10년간 당을 좌지우지했던 친박계(친박근혜계)를 도려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3차 혁신안'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의 자진 탈당을 재촉하는 등 당 내 유일무이한 '세(勢)'를 과시해왔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서청원 유기준 배덕광 엄용수 등 현역의원 4명을 포함, 전국 당협 가운데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뒀다.
원내대표(김성태 의원), 사무총장(홍문표 의원), 수석대변인(장제원 의원) 등 주요 요직에는 바른정당 복당파를 전진 배치했다. 그 과정에서 홍 대표는 친박을 '바퀴벌레' '암 덩어리' 등으로 표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를 두고 "보수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나경원 의원)이라며 홍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누구도 홍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봉합됐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홍 대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연초부터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 준비에 매진한 이유다. 하지만 인물난을 겪으면서 광역 6개 지역 사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 대표 입장에선 초초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 없이 지리멸렬하게 끝난다면 내년 치뤄질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누군가 피를 흘려야 지지자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