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반대파 당명 '민주평화당' 확정… 과거 '평화민주당'과 유사
첫 지역 행보도 호남…'DJ 정신 계승' 이어받겠다는 의지 반영
[뉴스핌=조현정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가 추진 중인 개혁신당의 당명을 '민주평화당'(민평당)으로 정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주도로 1987년 출범한 '평화민주당'과 앞뒤만 바뀐 것이다.
앞서 개혁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측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당명을 민주평화당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당명은 평민당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DJ 정신 계승'을 이어받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의원들 사이에서는 '평화'를 반드시 당명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창추위 공동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평당은 민생 제일주의, 민생 속으로 들어가는 정당,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는 강력한 의지와 동시에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 개혁 실현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의지 등 당이 나아갈 방향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장병완, 정동영, 천정배 의원. /김학선 기자 yooksa@ |
즉 김 전 대통령의 남북통일 정신과 국민 대통합 정신을 오롯이 계승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창추위는 SNS를 통해 오는 26일까지 당명을 확정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25일 예정된 개혁신당 창당 전남 결의대회부터 신당 당명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내부 제안에 따라 서둘러 결정됐다.
그동안 120명이 80개 당명을 제안했고 이 중에는 개혁평화당, 평화개혁당, 햇볕당, 국민속으로당 등의 당명이 올라왔다.
최 의원은 평민당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논의 과정에서 '평민당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평민당은 1987년 5월 1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신민당을 와해시키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던 김 전 대통령이 이후 호남권 의원들을 주축으로 다시 결성한 정당이다. 당시 후보 단일화 압력을 뿌리치면서 제 13대 대통령 후보 출마를 결심함에 따라 같은해 10월 29일 민주당 내 동교동계 의원을 이끌고 분당을 선언, 이후 11월 12일 창당대회를 열고 출범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사진=뉴시스> |
특히 민주계 정당이 이름에 '민주'를 넣는 것은 적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DJ가 만든 정당에선 거의 '민주'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약칭 사용을 두고 김민석 전 의원 등이 만든 민주당과 갈등을 빚은 것도 '민주계의 적통'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신경전 때문이다.
창추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것"이라며 "'평화'를 당명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통합개혁신당(가칭)과 민주평화당 모두 첫 지역 행보를 호남으로 향했다. '김대중 정신이 곧 정체성'이라는 민평당도, 영남과 호남을 잇겠다던 통합신당도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쪼개지면서 각 파벌이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외치는 셈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전남 목포 해양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 결의대회에서 "민주평화당은 DJ의 길,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갈 것"이라며 "DJ의 햇볕정책, DJ가 촉구했던 민생 평화 민주 개혁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이 DJ"라며 "호남 발전을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이끈 평민당과 당명이 유사하다는 점은 DJ 정신 계승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남의 정신적 지주인 김 전 대통령이 과거 이끌었던 당명과 앞뒤가 바뀌어 비슷한 것은 햇볕정책 등 (김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당명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