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엔고는 달러화 매도에 의한 측면이 커
미국의 ‘약한 달러’ 선호가 달러화 매도 부추겨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은행(BOJ)의 양적·질적 금융완화 지속 방침에도 불구하고 엔고 기조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현재의 엔고는 달러화 매도에 의한 측면이 크다”며 “미국의 ‘약한 달러’ 선호가 달러화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BOJ의 금융완화 지속 방침에도 엔고 가속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9엔대 초반을 기록하며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고에 대한 경계감은 주식시장으로도 파급되면서 이날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2만4000엔 아래로 내려섰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가 지난 23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현행 금융완화 정책의 변경을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자들의 엔화 매수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하방 리스크도 클 뿐만 아니라, 현행 금융완화의 출구전략 시기나 그 대응을 검토할 국면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가 금융완화 출구론을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소 관측이 여전한 이유는 해외 투자자들이 여전히 BOJ의 출구 전략 움직임을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UBS증권의 일본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말콤은 “이르면 오는 4월 쯤 BOJ가 금리 유도 수준을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상장지수펀드(ETF)도 올 여름에는 매입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연초 이후 엔화 시세는 BOJ의 완화 축소에 선제 대응하려는 일부 투자자들의 매매에 휘둘려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에는 BOJ가 국채 매입액을 시장의 예상보다 감액하자 ‘완화 축소를 위한 준비’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엔화 매수·달러화 매도에 나서며 이틀간 엔/달러 환율은 1엔 이상 떨어졌다.
◆ 현재의 엔고는 달러화 매도에 의한 것
구로다 총재는 23일 “국채 매입 금액이나 시기가 금융정책의 장래 전망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달러화가 유로화에 비해 매우 약세에 있고,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라며 현재의 엔고가 BOJ 이외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는 “재무관 시절 환율 개입을 거듭해 ‘환율 마피아’라고 불렸던 구로다 총재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현재의 엔고는 달러화 매도에 의한 측면이 크다”고 풀이했다.
BOJ 이외의 요인은 바로 미 트럼프 정권. 자국우선의 보호주의 정책을 내걸면서 지난 22일에는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등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약한 달러’를 지향할 것이란 관측이 달러화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도 달러화 약세 용인으로 받아들여졌다. 므누신 장관은 24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국제 무역에서는 달러 약세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강한 달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과거 행정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달러화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달러화의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는 미 인터컨티넨탈 거래소(ICE)의 달러화 지수는 약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뿐만 아니라 유로화나 일부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매도 압력이 강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층 엔화 강세·달러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25일(현지시간)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고, 다보스 포럼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 외환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재료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