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민경아가 누구나 한번쯤 빠져보고 싶은, 운명적인 사랑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신예답지 않은 뛰어난 기량은 그를 뮤지컬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했다.
'더 라스트 키스'에 출연 중인 민경아는 최근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아름다운 스토리에 빠져든 소감을 말했다. 아이처럼 순수하지만, 황태자 루돌프를 향해 끝없이 의지와 의욕을 불어넣는 당찬 여자 마리 베체라는 민경아뿐만 아니라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다.
"아무것도 아닌 제게 이런 좋은 역할을 주셔서 영광이죠. 오디션으로 합류했는데, 그날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마리처럼 하고 갔어요. 갈색 코트, 베이지톤의 원피스에 짧은 머리인데도 묶음 가발까지 동원해서 누가 봐도 마리처럼. (웃음) 꼭 붙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걸 좀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예전에 입시할 때도 마리의 곡 '사랑이야'를 준비했었어요. 노래를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었고, 이미지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주신 게 아닐까요?"
민경아가 '더 라스트 키스'의 마리를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하고 뻔해 보이기도 한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의 유명 작품, 그 여주인공. 말 그대로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역이다. 약간 특별한 지점이 있다면 여느 작품에서와 달리 마리가 누구보다 강하고 진취적인 여자라는 사실이다.
"마리는 굉장히 사랑에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자죠. 저는 그러고 싶어도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두려움이 있어도 마리는 사랑을 통해 이겨내는 타입이라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캐릭터겠죠. 배우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마리는 루돌프와 정말 교감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부럽기도 하고 닮고 싶었던 부분이죠."
'더 라스크 키스'에서는 민경아가 연기하는 마리 베체라는 물론, 황태자 루돌프 역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가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자랑한다. 게다가 장면 하나 하나마다 아름다운 세트와 연출이 어우러져 볼 거리리를 제공하는 덕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뮤지컬이라 할 만 하다. 민경아도 "무대가 정말 예쁘다. 스케이트신은 보자마자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릴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정말 좋아했어요. 또 잘할 수 있는 거니까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죠. 마리를 연기하면서는 루돌프를 향한 굳건한 사랑을 놓치지 않는 데 가장 집중했어요. 계속해서 장애물에 부딪히지만, 흔들림 없이 싸우는 마리를 보여줘야 했거든요. 1막에서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들떠있고 설레기도 하고 하이톤의 호흡을 유지하죠.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을 루돌프와 겪으면서, 2막에는 톤과 분위기가 조금은 어두워져요. 그러면서 마리를 좀 더 성숙한 여인으로 표현하려 했죠. 갈 수록 마리와 제가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민경아는 극중 마리와 약간은 비타민처럼 밝은 성격이 닮은 편이라고 했다. 반면에 사랑에 모든 걸 내던지는 당찬 면모는 다른 부분이었다. 마리로 완전히 몰입해 거의 모든 신에서 노래로 감정을 표현해야 했지만, 다행히 민경아는 꽤 능숙하게 해냈고, 객석을 납득시켰다.
"그래도 가장 애정이 가는 건 '알 수 없는 그 곳으로'라는 곡이죠. 루돌프와 처음 만나 설렘을 가득 느끼는 노래예요. '내가 왜이러지? 이 감정이 맞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부르는 곡이죠. 사실 부르기는 가장 까다로운데,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사랑이야'도 너무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곡이고, 매 넘버마다 다양한 톤으로 노래를 하려고 해요. 특히나 마지막에 나오는 '너 하나만'을 부르면서는 정말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져요. 가사가 정말 예쁘고 이런 사랑이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죠."
하지만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에 몰입할 수록, '더 라스트 키스'의 다소 충격적인 결말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만 하다. 둘이 차라리 야반도주를 하거나, 현실과 타협하기를 내심 바라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민경아는 단박에 "대안이나 타협을 이미 초월한 거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의 가치를 얘기했다.
"보신 분들은 둘을 아끼는 마음에 '왜 죽어, 그냥 도망가지' 하세요.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이 초월적인 사랑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다들 부러워도 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마리와 루돌프가 조금이라도 의심하거나 하면 재미가 없을 거예요. 매 회 진짜 집중하고, 진짜 사랑을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가벼워지는 작품이라서요. 우리끼리 '무대에서만큼은 진짜 사랑하자'하고 올라가요."
2015년에 데뷔해 이제 4년차가 된 신예 민경아. 그는 특히 '베어더뮤지컬'을 하면서 중간에 아파 무대에 서지 못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조금 더 주어진 상황과 기회에 감사하게 됐기에 그에겐 더 소중하게 남은 작품이다. 벌써 굵직한 작품을 여러 개 거쳐온 그의 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지사. 민경아도 여느 배우들이 그렇듯 뮤지컬 무대를 비롯해 방송과 영화, 전 장르를 아우르는 연기자를 꿈꿨다.
"공연 중간에 아파보니,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거에 욕심을 부렸구나. 건강하게 주어진 거에 감사하면서 살면 되는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복귀도 '베어더뮤지컬'로 했었어요. 작년은 마리와도 만나게 되고, 배움의 연속이었던 한 해였죠. 올해에도 꾸준히 무대에서 다른 모습으로 빨리, 많이 만나뵙고 싶어요. 한발 더 성장해서 더 좋은 연기, 반전이 있는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앞으로 늘 공감이 되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