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하 여력 없지만 정책에 따를 수밖에"
[뉴스핌=김겨레 기자] ABL생명이 선제적으로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면서 보험업계의 눈치보기가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압박에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한 보험사 관계자는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손해율 하락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손보험료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며 "KDI의 결과가 나오면 보험료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보험사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율을 따지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어느 곳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35%였던 실손보험료 연간 조정폭을 ±25%로 축소했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보험개발원이 신고한 올해 참조순보험료율(10%)에 대해 보류 입장을 내놓자 보험사들은 사실상 가격을 내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ABL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올해 보험료를 동결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비급여항목을 국민건강보험의 급여항목으로 편입함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분석해 올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정책 시행 효과가 드러나기 전부터 반사이익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과잉진료가 심각한 도수치료 등 비급여 부문의 '의료 쇼핑'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료부터 내리라는 것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손해율은 2012년 112.3%에서 2013년 119.4%, 2014년 122.9%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특히 2016년에는 131.3%로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료도 연간 5%~30% 가량 올랐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이미 적자인데, 보험료를 내리면 손해율이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도 "당국의 감독을 받는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약 가입자는 오히려 그동안 낸 보험료를 '본전 뽑기'식으로 의료 쇼핑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대로는 실손보험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