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부회장, 3일 오후 계약금 납입 및 주식매매계약 체결 완료
지분 매입 평균단가 4000원대…우선매수청구 매입가보다 낮아
증권업계 "권성문 회장, 최선 아니어도 차선책 선택한 듯"
[뉴스핌=우수연 기자]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병철 부회장이 상대적인 이득을 본 것으로 해석했다.
3일 KTB투자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병철 부회장은 권성문 회장 측에 66억원의 계약금을 전달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양 측은 우선매수권행사에 따른 부대조건들에 대한 세부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1324만4956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으며 권 회장이 보유한 5.52%의 잔여지분에 대해서도 함께 매수하기로 했다. 이밖에 권 회장의 핵심 측근인 비서실 임원들과 그 외 임직원에 대해서도 3년간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지분 매수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이며 우선매수청구권 지분에 대한 총 매입자금은 662억2478만원이지만 잔여지분 확보 자금까지 고려하면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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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왼쪽)과 이병철 부회장. |
◆ 이병철 부회장, 액면가에 경영권까지 더해 인수…"밸류에이션 싸다"
권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우선매수권행사 대상인 보유지분 18.76% 뿐만 아니라 잔여지분 5.52%에 대해서도 전량 매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잔여지분(5.52%)에 대해선 액면가인 5000원에 더해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요구했다.
3일 종가 기준 KTB투자증권의 주가는 3715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다해도 시장가격보다 34%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수하는 셈이다. 과연 이번 주식매매계약은 최종적인 이득은 누가 봤을까.
증권가에선 이 부회장이 권 회장보다 이득을 봤다는 평가가 높다. 표면적으는 권 회장이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팔고 나간 것이라 당장 자본 차익을 본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자산(청산)가치(액면가 5000원)보다 더 낮은 가격에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등 알짜 자회사를 보유한 증권사의 경영 프리미엄을 획득한 것으로 봤다.
즉, 이 부회장은 지난 8월부터 주당 3300~3400원대에 지분을 매입해왔고 이번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주당 5000원에 추가 지분을 인수한 셈. 결국 평균단가를 고려해보면 4000원대에 38%가 넘는 지분을 경영권과 함께 보유하게된 셈. 저렴한 밸류에이션에 우량자산을 사게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KTB자산운용이나 KTB네트워크 등 알짜 자회사에 대한 배당, 경영에 대한 권한까지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하고도 남을만한 딜이었다는 전언이다.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약 인수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주당 5000원 정도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가격"이라며 "향후 이 부회장의 자금조달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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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 투자증권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제3자 매도 결정하고 지분 매입한 권성문 회장, 왜?
다만 시장에선 이미 지난달 19일에 제3자에 대한 지분 매도를 결정하고도 장내에서 지분 매입을 계속해왔다.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길 생각을 하면서도 지분을 늘려온 권 회장의 행동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아있다.
권 회장 측에서는 "제 3자에 매각하더라도 지분 경쟁이 예상되었기에 원활한 경영권 이전을 위해 추가로 장내 지분을 취득해왔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제 3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일은 있어도 이 부회장에게는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는 의중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사실 권 회장은 제 3자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 이 부회장이 동반매도 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부회장이 단기간에 60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제3자 매도' 카드를 꺼내든 것.
하지만 예상외로 이 부회장이 정공법을 선택하며 자금 조달과 부대조항 수용 여부를 밝히면서 수개월동안 진행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일각에선 검찰 조사에 부담을 느낀 권 회장이 단기 차익실현을 위해 '제3자 매도'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이 부회장에게만은 경영권을 넘기기 싫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KTB증권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권 회장이 단기 차익을 위해 경영권을 내려놓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제3자 매도 과정에서 진통을 예상하고 이 부회장이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모든 조건을 수용하자 권 회장 측에서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치열한 경영권 분쟁 끝에 권 회장은 20년동안 일군 KTB금융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하게됐다. 이 부회장의 자금조달 출처가 확인되면 이번 분쟁은 완전한 마침표를 찍게될 전망이다.
앞선 M&A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이득보다도 누가 더 많이 손해보는가의 게임"이라며 "분쟁에서 한쪽이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양측 손실이 커지기 마련인데, 권 회장 입장에서도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