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깃, 유가 상승·중앙은행 긴축 호재
위안, 중국 수출·제조업 경기 개선
원화, 내년 초 상승폭 되돌릴 듯…장애물 많아
[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내년 아시아에서 가장 투자하고 싶은 통화로 말레이시아 링깃과 중국 위안화를 꼽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한국 원화는 내년에 장애물이 많아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통화 가치는 올해 미국 달러화 대비로 5.5% 상승하면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가 훈풍을 보이고 아시아 지역의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면서 아시아 통화들이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아시아 통화가 내년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3번의 금리인상을 할 경우에는 아시아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한반도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투자자들은 지적했다.
◆ 링깃, 유가 상승 호재…위안, 수출·제조업 훈풍
올 들어 링깃은 19년래 최저 수준에서 반등했다. 올해 총 수익률은 13%가 넘는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원유의 가격이 상승했고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달러/링깃(흰색)과 달러/역외 위안(파란색)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 |
아문디 자산운용의 하칸 아크소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말레이시아의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됐다"면서 링깃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 소재 인베스텍 자산운용의 윌프레드 위 펀드매니저는 "링깃이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라며 "말레이시아 경제가 강력한 성장을 보이면서 중앙은행이 매파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 프리밧폰드의 크리스찬 윌드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가 상승하고 나서부터 링깃에 대한 투자 의견이 한층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위안화 역시 중국의 수출 및 제조업 경기 호황에 힘입어 3년 만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날 인민은행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인상한 것은 중국 당국이 부채 축소 움직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인베스텍은 "중국 채권이 글로벌 채권지수에 포함될 것 같고 금리도 오를 것 같다"며 "역외 위안화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문디는 "태국 바트화를 매도하고 역내 위안화를 매수할 것"이라며 "금리 격차를 이용해 캐리 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위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확산되면서 아시아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에도 아시아 통화 강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원화, 내년 초 되돌림…장애물 많아"
한국 원화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잦아들면서 올해 가치가 11% 상승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원화가 내년 초에 접어들면 상승폭을 일부 되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는 "내년 원화 강세에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술 업체들의 수출 수요가 둔화되는 것과 투자가 부진해지는 것, 북한 위기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이튼 밴스는 "북핵 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서 원화에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인베스텍은 "지정학적 위험만 아니라면 원화는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