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눈치보기' 환시 개입 어려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한국 원화의 강세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다.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약 12% 급등, 전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것. 뿐만 아니라 올해 원화 상승 폭은 10년래 최고치에 이를 전망이다.
오만원권 지폐 <출처=블룸버그> |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를 의식해 통화 평가절하 정책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원화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강세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4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088원 선에서 거래됐다. 연초 1200원 선을 웃돌았던 환율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한국 금융자산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33억달러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 호조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한편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약세 흐름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환율의 결정적인 변수로 부상한 데 월가는 주목하고 있다.
뉴버거 버만의 프라상트 싱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과거처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는 올해 원화 강세의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16일에만 원화 강세의 속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소 1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은행은 올들어 ‘활동’을 접고 있다는 것이 글로벌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도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통화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시장에서 불공정한 반사이익을 취한 국가 리스트에 포함시켰고,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환시 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WSJ은 한국은행 정책자도 워싱턴의 움직임이 환시 개입 정책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금융당국의 원화 평가절하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번졌고, 원화 랠리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지 마리스칼 이머징마켓 최고투자책임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한국은행 정책자의 발언은 외환시장의 추세를 거스르는 압박을 가할 의지가 지극히 낮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12개월 사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2%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한국은행의 환시 개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월가는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